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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포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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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이다'라는 가요가 있다.

    인순이가 불러 히트한 '거위의 꿈'을 만든 이적의 노래다.

    가사는 소박하다.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 보며 숨을 쉴 수 있어서/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다행이다/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 줘서….'

    살다 보면 이렇게 '다행이다' 싶은 때가 있다.

    굴러 떨어졌는데 무릎 조금 까진 것 말곤 다친 데가 없으면 고맙고,곤란할 때 잘잘못 따지지 않고 무조건 내 편 들어주는 가족이 옆에 있으면 기쁘다.

    기대했던 일 모두 비켜가 서러울 때 "그까짓 것,더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며 위로해 주는 이가 있으면 세상이 다시 환해진다.

    억지춘향 식으로 밀어붙여졌던 일들이 바로잡히는 것 또한 마음을 놓이게 한다.

    그러니 장차 달라질 일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건 정말 다행이다.

    특히 없는 집 아이들을 위한다며 만들었으나 결과는 있는 집 애들에게 훨씬 유리하게 돼 버린 평준화 및 내신 위주 대입제도를 바꾸고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니 한숨 놓인다.

    현 제도를 우긴 사람들 주장대로라면 사교육이 필요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초등학생부터 중·고교생까지 수업 시간에 모르는 걸 물어볼라치면 학원에서 안 배웠느냐고 되묻는다는 판이다.

    학원이다 과외다 못 다닌 아이는 공부에 흥미를 잃고 뒤로 처지기 십상이다.

    전 같으면 철든 다음 공부해도 됐지만 내신제는 패자부활 기회를 봉쇄했다.

    아이들의 인생을 부모의 경제력과 극성 여부에 좌우되도록 한 셈이다.

    게다가 수능 등급제는 노력에 비례해야 할 입시 결과가 운에 맡겨지는 터무니없는 일을 빚었다.

    비록 내 자식은 '표'를 위해 현실을 외면하고 억지를 부린 이들로 인해 눈물을 흘렸지만 다른 아이들은 그런 아픔에서 벗어날 거라니 다행이다.

    뿐이랴.기업의 발목을 잡고 기운을 빼던 온갖 규제를 완화하고,준조세 항목도 정비하고,법인세를 낮춰 주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니 정말이지 다행이다.

    일자리는 기업하는 이들이 신명나게 투자해야 생겨나는 것이지 공공 서비스 등의 이름으로 나라에서 나눠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법인세 인하도 도움이 되겠지만 각종 규제의 근간을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에서 '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로 전환하는 것이야말로 잔뜩 움츠러든 채 앞으로의 방향과 투자 여부를 고심하던 기업이 가슴을 펴고 장·단기 계획을 세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견인차가 될 테고 그렇게 되면 일자리는 저절로 늘어날 것이다.

    또 있다.

    조직에서 훈련받으며 쓴맛 단맛 모두 봐 본,따라서 이상과 현실은 다르고 독불장군 식으로 우긴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이들이 대통령 당선자 주위에 있는 것도 다행이다.

    잘못된 걸 꼬집고 캔다고 기자실을 없애라고 조언할 이들이 없어 보이는 것도 그렇다.

    '참 다행이다' 싶은 일들이 이렇게 많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이 아니라 다가올 5년이다.

    차기 정부 내내 선거 때의 공약들이 잘 지켜지고 그럼으로써 정권이 계속되는 동안은 물론 무엇보다 끝날 즈음 많은 국민들이 "그때 그렇게 정권이 바뀌어서 참 다행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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