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매출 규모가 30조엔(약 240조원)에 달하는 일본의 상징적 오락 산업인 빠찡꼬 업계가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매출은 지난 1월부터 감소세를 나타내다가 10월엔 전년 동월비 18.1%나 줄었다.

2001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이다.

올 들어 11월 말까지 도산한 빠찡꼬 업체만 128개.최근 10년간 최고 기록이다.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곳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작년 말 1만4674곳에 달했던 빠찡꼬 업소 수가 1만개 밑으로 줄어드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빠찡꼬 업계의 예상이다.

일본 내 빠찡꼬 업소의 60~70%는 재일 동포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빠찡꼬 업계가 불황에 빠진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한때 유행했던 도박성이 강한 '사행성 기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업체들의 새로운 설비투자 부담이 커졌다.

일본 정부는 2004년 관련 법을 바꿔 사행성이 높은 인기 빠찡꼬 기종을 지난 6월 말부터 교체토록 했다.

둘째 소비자금융 규제도 강화돼 대금업체 등에서 돈을 빌려 빠찡꼬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급감했다.

일본 정부는 대금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채무자 연간 수입의 3분의 1 이상은 빌려주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작년 말 도입했다.

어쨌든 1995년 3000만명에 달했던 일본의 빠찡꼬 인구는 지난해 1660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빠찡꼬 불황의 불똥은 전자업계로도 튀고 있다.

연간 1조3000억엔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빠찡꼬 기계의 액정 디스플레이 중 70%를 공급하고 있는 샤프,구슬 세는 센서를 납품하는 옴론,각종 반도체를 제공하는 도시바,음향 기기를 넣고 있는 야마하 등 일본의 전자업계는 관련 매출이 올해 10~20%씩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들도 타격을 입었다.

최근 도산한 대형 빠찡꼬 회사인 다이에에 돈을 빌려준 신세이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은 영업 손실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빠찡꼬 업계의 부진이 연쇄적으로 관련 서비스업의 소비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감소 규모가 5조엔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있다.

경제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12월24일자)는 "빠찡꼬 불황이 일본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