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6일 과천 관가에서는 술렁임이 일었다.

참여정부의 첫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 서울산업대 총장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캠프에 합류한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한 이른바 '부안사태'로 물러나긴 했지만 윤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장관으로 임명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행보는 한국의 관행상 파격이자 이명박 당선자 캠프의 광범위한 흡인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됐다.

◇ 원내 이한구ㆍ김형오 양축

7% 성장-300만개 일자리 창출로 대변되는 이 당선자의 경제정책 방향은 한나라당의 당내 기구인 정책위원회와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양축에서 조율되었다.

이 두 기구를 이끈 사람은 이한구 정책위원회 의장과 김형오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이다.

대우경제연구소장 시절부터 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거듭하며 유명세를 탄 이 의장은 당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자리잡으며 공약의 틀을 잡았을 뿐 아니라 선거기간에도 정부의 경제실정을 지적하는 각종 자료들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참여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지난 10월에는 이 당선자의 경제공약 가운데 으뜸구호격인 한반도 대운하와 7.4.7 공약(10년내 연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불, 세계 7대 강국 진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지만 원내 최고의 정책 입안자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어 향후 경제부총리 등 중책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당의 대선공약 성안을 총괄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 김 위원장 역시 높은 친화력으로 조직을 순조롭게 이끌었다는 점에서 기여도가 빠지지 않는다.

또 서울대 공대 출신이면서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윤건영 의원도 주목받는다.

그는 일류국가비전위 제2분과 위원장이자 연세대 교수 출신의 조세전문가로 경선시절부터 이 당선자 캠프에서 뛰었다.

아울러 관가와 언론계를 모두 거쳐 정계에 입문한 뒤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서 활동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일류국가비전위 간사로 발탁된 최경환 의원도 '입심'과 '논리'에서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진 경제 브레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김양수 의원은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실물경제 분야에서, 고경화 의원은 복지분야에서, 서상기 의원은 과학기술분야에서 각각 이 후보의 정책보좌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김 의원의 경우 자신의 출신과 달리, 의정활동 과정에서 분양권 전매 전면금지법안과 분양원가 전면공개법안을 마련하는 등 건설분야의 문제점을 깊이 파악하고 있는 '소신맨'으로 분류돼 향후 이 분야에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 '범 모피아' 출신 브레인도 포진

이 당선자를 그간 도와온 경제정책 브레인 진영에는 고위 관료 출신들이 상당수 포진해있다.

그 중심축은 과거 재무부,경제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은 '범 모피아' 출신들로, 재정경제원 차관을 지낸 강만수 일류국가비전위 정책조정실장이 대표적이다.

외환위기 직후 해체된 재정경제원의 마지막 차관으로, '가는 재경원아 오는 재경부야'라는 시를 짓기도 했던 강 전 차관은 이 당선자와 같은 교회에 출석하면서 쌓인 인연을 바탕으로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지냈다.

또 '7.4.7' 공약을 성안한 이 당선자의 개인사무실 '안국포럼'에서도 활동을 같이 해왔다.

특히 이 당선자의 공약중 '700만 금융소외자 신용회복'도 강 전 차관의 아이디어로 알려지고 있어 앞으로 경제분야 장관 또는 청와대 수석으로 기용될 것으로 보는 예측이 많다.

이 정책조정실에는 강 전 차관 재임시절 재경원에 함께 근무했던 장수만 전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장이 부실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을 맡은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도 재경부 차관까지 계속 재경부에서 일해온 금융.세제통으로, 이 당선자와는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이다.

이 당선자가 취임하면 윤 전장관이 산자부 장관으로 컴백하거나 경제부총리에 오를 것으로 점치는 사람들도 많다.

사공일 특위 고문 역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재무부 장관을 지낸 'TK' 인맥에 속한다.

이밖에 예산분야를 거쳐 통계청장을 지낸 김영대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도 이 당선자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학계.기업계 인사도 많아

이미 정책 경험이 많은 당.정 출신 인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신진 사대부'격인 기업계와 학계 인사들 가운데도 이 당선자 캠프에서 두각을 나타낸 정책 브레인들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외부에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은 경제살리기 특위 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삼성그룹 출신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그는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자주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권 인사여서 차기 금감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수히 많은 학자그룹 가운데 경제정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은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다.

곽 교수는 부친이 이 당선자와 현대그룹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임기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을 지내기도 하는 등 오랜 연이 있다.

특히 그는 이 당선자의 대운하 공약에서 건설 타당성의 핵심지표인 비용편익분석을 맡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져 이명박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선자의 복안인 금융자본과 산업자본간 분리 완화, 출자총액규제 문제 등의 사안에서는 강명헌 단국대 교수가,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공약과 관련해서는 민동필 서울대 교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김종수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