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세탁업소들에 요즘 비상이 걸렸다.

보건복지부가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가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며 "전국의 모든 세탁소는 예외없이 이달 말까지 유(油)증기 회수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최근 계고장을 발송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전국의 3만5000여개 세탁소를 향해 꺼내든 칼은 서슬푸르기 그지없다.

법을 이행하지 않으면 1차는 경고에 그치지만,2차 적발 땐 영업을 정지시키기로 한 것.세탁소가 이 설비를 마련하려면 대략 400만원이 들어간다.

프랜차이즈형 대형 세탁업체들이 동네 곳곳에 들어서면서 한 달에 100만원을 손에 쥐기 힘들어진 영세 업자들에게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영세 세탁업자들이 황당해하는 이유는 또 있다.

복지부가 내린 조치는 작년 12월 시행된 공중위생관리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주유소들에 대해 똑같은 의무를 부과한 환경부는 훨씬 더 융통성있는 집행 방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주유소를 매출별로 5등급으로 분류,매출이 높은 업체부터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설치토록 했다.

게다가 설치 의무 시점보다 3년 빨리 자발적으로 기계를 들여놓은 주유소는 국고에서 기계값의 30%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주유소보다 돈벌이가 훨씬 고달픈 세탁소들에 설치기한을 단 1년간으로 못박았을 뿐 아니라,일절 지원책을 내놓지 않은 복지부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에서 운영하는 소상공인 지원 제도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지만,이 문제에 대해 부처 간 협의는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세탁소를 청결하고 위생적으로 운영하는 건 물론 필요하다.

아쉬운 건 '운영의 묘'가 보이지 않는 복지부의 행정방식이다.

영세 자영업자 보호를 강조해 온 현 정부에서,그것도 '약자 보호'의 최일선 업무를 자임하는 복지부가 윽박지르듯 '필요한 설비를 서둘러 갖추지 않으면 영업정지'란 으름장을 놓는 모습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

한 세탁업자는 "능력이 없으면 사업을 접으라는 식의 조치를 내놓기 전에,서민들의 생업 현장을 한번이라도 살펴보는 게 순서 아니겠느냐"고 푸념했다.

박동휘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