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법 위반 확인..차명 또는 도용된 듯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에 김용철 변호사 명의의 계좌가 개설될 당시 김 변호사가 해당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문제의 계좌는 차명 계좌와 도명 계좌 가운데 하나인 셈이지만 금융감독 당국은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아 최종적인 판단은 검찰의 몫으로 넘어갔다.

금융감독위원회 홍영만 홍보관리관은 12일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에 대한 현장 검사를 벌인 결과, 문제가 된 4개 계좌가 개설될 당시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홍 관리관은 "4개 계좌 모두 이들 금융회사가 실명확인증표(주민등록중) 사본을 보관하고 있었지만 관련 직원을 조사하고 정황 증거를 확인한 결과 계좌 개설 때 김 변호사가 해당 지점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현행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본인이 금융회사를 방문했다면 실명확인증표만 제출하면 되고 대리인이 방문했다면 위임장과 실명확인증표를 동시에 제출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실명확인증표는 금융회사에 보관돼 있지만 본인이 직접 방문하지 않아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은 또 돈세탁이나 불법자금으로 의심되는 2천만원 이상의 자금 거래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이들 금융회사의 법 위반은 과실이라기 보다는 고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금융회사나 담당 직원이 계좌 개설부터 고액 현금 거래까지 조직적으로 개입했거나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 관리관은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이 금융실명법 위반은 시인했지만 어떤 동기로 누가 이런 행위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김 변호사가 합의해 차명으로 개설한 것인지, 명의를 도용당한 것인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계좌의 개설이 삼성그룹과 금융회사의 공모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금융 당국은 조만간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 담당 직원들에 대해 문책 등 제재를 취할 계획이며 재정경제부는 별도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검사 결과를 조만간 검찰에 제출하고 재경부와 FIU에도 통보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박용주 기자 kms1234@yna.co.kr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