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洪 俊 基) < 웅진코웨이 사장 jkhong@coway.co.kr >

얼마 전 '화성에서 온 남자,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이 유행했다.

최근엔 '남편의 성격만 알면 행복해진다'란 책이 유행이란다.다섯 시간 동안 골프를 쳐도 힘들어하지 않는 남편이 한 시간만 아내를 따라 쇼핑하면 금방 지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 못하는 여성들을 위한 책이랄까.

내가 읽었던 책 중에는 사람을 화·수·목·금·토 형으로 구분한 '오행(五行)학습법'이 있다.

또 지식 에너지를 주로 쓰는 사람을 '머리형'이라 하고,감정 에너지를 쓰는 사람을 '가슴형',힘 에너지를 주로 쓰는 사람을 '장형'이라고 부르는 방식도 요즘 인기다.

이같이 사람을 형태별로 분류하는 방식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남자와 여자의 다름,부부간의 다름 등 인간의 근원적 다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 가족은 오행을 통해 다름을 느껴 본 경우다.오행에 따른 유형별 성격은 발랄한 목형,화끈한 화형,느긋한 토형,모범적인 금형,주관이 뚜렷한 수형으로 구분된다.나처럼 횡단보도를 비스듬히 건너는 이들은 목형이고,아내처럼 똑바로 건너는 대부분은 금형에 속할 확률이 높다.문제는 아들도 나와 같은 목형이라 금형인 엄마와 자주 트러블이 생기는 것이다.계획된 공부 시간을 엄격히 지키길 원하는 엄마에게 맞추다 보니 자유로운 성격의 아들은 힘들어한다.

아내가 아들과 힘들게 씨름하고 있을 때 접한 것이 다름(오행)의 논리였다.오행을 통해 우리 부부가 왜 그렇게 횡단보도에서 각자의 길을 가는지 알았고,목의 성격을 가진 아들은 공부 시간을 자율적으로 주면 능률이 더 오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행을 통해 얻은 것은 사람이 다섯 가지 유형으로 돼 있다는 지식이 아니라 사람마다 다른 성향들을 갖고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우리 가족은 이제 서로 다른 점에 익숙해지고 있다.의견이 충돌할 때 나의 잣대가 아니라 상대방의 잣대를 집어든다.나는 아내에게 금의 잣대를 들고,아내는 아들에게 목의 잣대로 대화한다.

친구를 만나고 동료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우리는 끊임없이 그들 안에 숨어 있는'나와 다름'을 찾아내야 한다.서로의 '다름'을 하나씩 찾을 때마다 믿음은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CEO가 되면서 직원들에게 '배려'란 책을 나눠 줬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남과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오늘도 행복한 상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