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2등급' 벌써부터 학원가로…일부선 무효訴 움직임

등급제가 처음 도입된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후폭풍이 거세다.

등급이 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교육인적자원부 홈페이지 등에 쏟아지고 있다.

수리 가형의 경우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돼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재수생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학들도 수능 등급만으로 학생들의 실력을 판별하기 힘들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등급제 무효소송 움직임


수능 채점결과가 발표된 7일 이후 사흘간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는 등급제에 대한 불만을 담은 수험생들의 글이 연일 수백건씩 올라왔다.

등급제를 무효화하는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수험생도 있다.

'등급제 무효 행정소송 준비위'라는 카페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한 네티즌(아이디 뺑끼칠)은 "500점으로 나눠도 1점 때문에 당락이 결정돼 피눈물 흘리는 사람이 많은데 9등급으로 어떻게 우열을 가린단 말이냐"며 "한시라도 빨리 등급제 무효소송을 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재수학원만 '희희낙락'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수험생들은 벌써부터 재수학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성학원의 이영덕 평가이사는 "수리 가에서 3~4점짜리 문제 하나를 틀려 원했던 상위권대 의대 등을 그대로 포기하게 된 학생이 적지않다"며 "억울하다는 생각 때문에 올해 전형을 아예 포기할지 여부를 상담하려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어 주말에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도 수능 반영에 골머리


등급제 수능에서 수리 가형이 1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질 만큼 쉽게 출제되면서 대학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만점에 근접해 1등급 커트라인(98점)이 형성된 수리 가형의 경우 우연이나 운수로 성적이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며 "등급제를 바꾸지 않고 유지하려면 적어도 4번 이상 시험을 치러 가장 잘 나온 성적을 고르게 해야 공정성을 갖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예년에 비해 대학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1점 차이로 등급이 바뀌면 15~20점 차이로 인정받게 되는 것인데 이는 심각한 정보의 왜곡"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