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만에 투자 허자 규제없고 세금도 싸

'가장 사업하기 좋은 곳' 금융허브 자리매김

일본인 펀드매니저 스나가 아키라는 헤지펀드를 만들기 위해 몇 년 전 일본을 떠나 싱가포르에 왔다.

일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세금과 훨씬 간단한 사업 절차를 생각했을 때 싱가포르가 최적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자본주의의 꽃' 헤지펀드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보도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개설된 헤지펀드는 78개.일본에서는 단 세 곳이 문을 여는 데 그쳤다.

지난 10월말 싱가포르투자청 집계 결과 싱가포르에서 개설된 헤지펀드의 운용자금은 총 165억달러로 작년말에 비해 2배로 늘어났다.

헤지펀드가 싱가포르에 몰리는 이유는 한마디로 사업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고수익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에 사업상 자유는 생명과도 같다.

싱가포르는 투자자 30명 미만의 펀드에 대부분의 규제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눈높이를 맞췄다.

싱가포르의 헤지펀드 컨설팅 회사인 GFIA의 피터 더글러스 사장은 "소규모 신생 회사에 거의 규제가 없다는 점은 헤지펀드 세계에서 매우 긍정적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스나가는 싱가포르통화청(MAS)에서 2주일 만에 투자 허가를 받았고 두 달 뒤 자신의 펀드인 NDC아비트리지 펀드를 개설했다.

이후에도 온라인 외환 거래와 부동산 투자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거침이 없었다.

운용자산은 4억5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이에 반해 일본 레오스캐피털의 후지노 히데토 대표는 일본 금융당국에서 헤지펀드 개설 허가를 얻는 데만 여섯 달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직원 수를 맞추기 위해 애초보다 11명을 더 고용해야 했다.

싱가포르에서 단 3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스나가와는 출발점부터 달랐다.

헤지펀드들은 낮은 세금도 싱가포르의 매력으로 꼽는다.

싱가포르 소재 헤지펀드인 아시아제네시스의 추아 순 혹 매니저는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은 약 17%로 각종 세금 혜택을 적용하면 10%까지 떨어진다"며 "일본의 법인세율이 최소 41%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첨병인 헤지펀드가 몰려들면서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대표적 금융중심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7월 마스터카드의 조사 결과를 인용,싱가포르를 '아시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선정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도 최근 법인세율,고용의 편의성,근무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싱가포르가 '사업하기 편한 도시' 1위라고 밝혔다.

한국의 하나대투증권과 우리투자증권도 최근 헤지펀드 개설 지역으로 싱가포르를 택했다.

싱가포르를 택하는 금융인과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도쿄 홍콩 등 아시아 금융허브를 외치는 도시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9월 금융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금융상품거래법을 시행,싱가포르와 맞대결을 선언했다.

하지만 로펌 화이트앤드케이스의 도쿄지점 파트너인 크리스토퍼 웰스는 "싱가포르에 사무실을 두려는 일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일본의 두뇌 유출이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