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내년 2월 180억달러(약 16조7000억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 재무부 국가금융자산국 카자케비치 부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 정부가 조성할 국부펀드는 주로 미국 유럽의 우량 기업 주식과 채권 등에 장기 투자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또 주식에 투자할 땐 각 회사의 출자지분을 3~5%로 제한해 경영권엔 간섭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카자케비치 부국장은 일부 국가들이 우려하고 있듯이 정치적 목적으로 펀드를 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외화를 주로 달러와 유로화 형태로 중앙은행에 쌓아놓았다. 그러나 내년 2월부터는 국내총생산(GDP)의 10%(약 1400억달러)까지만 중앙은행에 적립하고,그 이상의 외화는 국부펀드로 운용할 계획이다.따라서 러시아 국부펀드는 일단 180억달러로 출발하지만 앞으로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카자케비치 부국장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의 전망이 밝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 국부펀드가 아시아 기업 등에도 투자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러시아 외에도 중동 국가들과 중국 등 신흥개발국 정부들이 오일머니와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잇따라 국부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지난 9월 중국이 운용자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투자공사(CIC)를 출범시켰고,일본도 7000억달러짜리 펀드 설립을 검토 중이다.

현재 전 세계 국부펀드 규모는 약 2조9000억달러 수준으로 이들 국부펀드는 올 들어서만 370억달러어치의 주식 등을 사들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