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국부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충격으로 위기를 맞은 세계 최대 금융회사 씨티그룹을 살릴 구원투수로 나섰다.급락하던 아시아 증시도 진정시켰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27일 75억달러(약 7조원)를 투입해 씨티그룹 지분 4.9%에 해당하는 전환사채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이로써 아부다비투자청은 씨티그룹의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아부다비투자청의 씨티그룹 지분 인수는 두바이 증권거래소의 나스닥 지분 19% 인수와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털의 소니 지분 인수 등에 이은 것으로 중동 자금의 힘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부다비투자청의 셰이크 아메드 이사는 "씨티그룹이 주주가치를 높일 만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씨티 그룹은 전날 서브프라임 파장에 따른 막대한 손실로 대대적인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돼 뉴욕시장에서 주가가 3.2% 급락했다.그 여파로 다우지수도 1.83% 떨어지는 등 글로벌 증시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다.

그러나 이날 아부다비투자청의 응급 지원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S&P500 지수 선물과 나스닥 100 지수 선물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곧바로 아시아 증시에 반등 모멘텀으로 작용,도쿄 증시가 급락세에서 상승으로 반전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보다 0.58% 오른 1만5222.85엔으로 돌아섰다.오전 한때 1780선대로 추락했던 코스피지수도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다 장 막판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4.46포인트(0.24%) 오른 1859.79로 장을 마감했다.홍콩,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증시도 오후 들어 투자심리 호전으로 하락폭을 좁혔다.

전날 한때 달러당 107.23엔까지 뛰었던 엔화가치도 108.36엔까지 떨어졌다(엔ㆍ달러 환율 상승).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34원40전까지 떨어졌던 원화가치는 929원30전으로 되올라(원ㆍ달러 환율 하락) 전날과 같은 보합세로 마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