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박람회(엑스포)의 여수 유치는 명실공히 '민.관 합작'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여수 엑스포 유치활동에는 현대.기아차그룹을 비롯해 삼성, LG, SK, 한진 등 이른바 한국 재계를 이끌고 있는 민간 기업들이 대거 뛰어들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아왔다.

이들 기업이 엑스포 유치활동에 발벗고 나선 것은 엑스포 자체가 '국가적 대사'로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때처럼 경제.사회적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동시에 이들 기업이 세계무대에서 쌓은 국제적 인지도 및 신뢰도, 전 세계에서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들 기업이 적극 참여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박람회기구(BIE)가 27일 2012년 엑스포 개최지로 '여수'를 발표하기 앞서 정몽구 유치위 명예위원장 겸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김재철 유치위원장 겸 동원그룹 회장,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신헌철 SK에너지 사장, 김종은 LG전자 유럽본부 사장 등 재계 고위급 인사들이 파리에 총집결한 것도 엑스포 유치에 대한 재계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입체적으로 진행된 유치활동의 선봉에 선 기업으로는 우선 현대.기아차그룹을 꼽을 수 있다.

정몽구 회장을 중심으로 현대.기아차그룹 전체는 '여수 엑스포 유치 비상체제'로 전환하는 등 해외 각지의 탄탄한 딜러망을 활용해 한국의 엑스포 열의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정 회장은 7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부터 매월 한번꼴로 엑스포 여수 유치를 위한 출장에 나섰다.

정 회장의 출장거리를 마일로 환산하면 8만여 마일로, 여수 엑스포를 위해 지구를 세바퀴 돈 셈이다.

정 회장은 파리, 슬로바키아, 체코, 터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8개국을 돌며 각국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 엑스포 여수 유치의 당위성과 함께 준비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정 회장은 해외 현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리점 사장들과도 수시로 접촉, 한국이 2012년 엑스포를 유치하는데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유치위 위원장을 맡은 이윤우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을 통해 지원사격을 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을 찾아 박람회 관련 기관인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완지페이(萬季飛) 회장을 면담했으며, 지난 9월에는 주요 투자국인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을 찾아 각국 관계 장관을 만나 '엑스포 표심잡기' 활동을 벌였었다.

또한 삼성전자의 LCD 총괄 이상완 사장도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진행된 FPD(Flat Panel Display) 2007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하면서 자료 화면에 여수 엑스포와 관련된 내용을 삽입, 여수를 홍보했었다.

SK그룹은 여수 엑스포 유치활동에 지난 2월과 8월 총 12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개최지 선정에 앞서 파리 현지에서 개최된 BIE 대표 초청 문화행사를 위한 비용 5억원을 기꺼이 내놓았다.

나아가 최태원 회장과 유치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헌철 SK에너지 사장은 중동, 페루 등 해외 출장 때마다 별도의 시간을 할애, 각국 인사들에게 여수 엑스포를 설명하는 활동을 병행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여수 엑스포는 우리 경제의 성장 돌파구가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엑스포의 성공적 유치 및 개최를 위해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을 주문해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여수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적극 발벗고 나선 재계 인사 가운데 한명이다.

조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통해 엑스포 여수 유치를 기원하며 3억원을 후원한데 이어 이번 BIE 총회에 참석하는 유치단을 위해 특별 전세기를 편성하는 물밑 지원활동을 벌였다.

조 회장은 국제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의 핵심 인사로서 각국 주요 인사들과 수시로 접촉, 여수 엑스포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지난 4월 BIE 실사단이 방한했을 당시 기내에서 여수 엑스포 관련 홍보영상물을 상영했으며, 공항 리무진버스의 외벽 광고, 여수 엑스포를 다룬 기내지 등의 방법으로 유치활동에 나서왔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유치위원회 결성 이후 그룹 경영은 내부에 맡기고 엑스포 유치활동에 전념한 경우다.

유치위원장을 맡은 김 회장은 무역협회장, 한미경제협의회장 등을 거치며 쌓아온 인맥과 수산업 분야의 오랜 경험을 살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여수 엑스포 유치에 주력해왔다.

김 회장은 유치위원장으로서 BIE 관련 공식 석상에 참석, 프리젠테이션에 나서왔으며, 중국,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터키 등을 돌며 BIE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득표전의 최일선에 서 왔다.

이와 함께 LG전자 남 용 부회장은 최근 평택공장을 방문한 농 득 마잉 베트남 당 서기장을 영접한 자리에서 엑스포의 여수 유치를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GS칼텍스는 고객 가운데 12명을 뽑아 '파리 현지 응원전'을 펼치는 동시에 전국 1천여개 주유소에 유치 기원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울=연합뉴스)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