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환율 탄력성 높이겠다", 中 "무역불균형 원치않아"

중국을 방문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6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세일즈 외교에 성공했다.

이에 반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달라이 라마를 면담한 이후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거부당한 것은 물론 중국에서 활동하는 독일 기업인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방중 이틀째인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으로부터 항공기 판매와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 등 300억달러 상당의 계약 수주에 성공했다.

세계 최대 여객기 제조업체인 프랑스의 에어버스는 중-불 정상회담이 열린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항공사들로부터 에어버스 점보여객기 160대를 100억유로에 판매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프랑스 원자력회사인 아레바의 안 로베르종 최고경영자는 건설회사인 알스톰과 공동으로 중국 광둥핵발전공사로부터 80억유로 규모의 차세대 압수식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2기를 수주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인민대회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은 환경, 특히 경제와 통화문제에서 세계적인 책임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조화스럽고 공정한 환율을 원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으며 중국은 유로화에 대한 위안화 평가절상을 가속화해야 한다"면서 위안화 평가절상을 공개적으로 거듭 요구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러나 프랑스는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유엔 가입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대만의 계획은 실패할 것이라면서 중국측 입장을 적극 두둔했다.

프랑스는 주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 이사국 중의 하나다.

미국도 대만의 국민투표 계획에 대해 거부권 행사의 뜻을 분명히 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발전과 항공, 우주 분야에서 프랑스와 협력을 강화하자면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4개항 계획을 제시했다.

후 주석이 제시한 4개항 계획은 ▲정치관계 강화와 전략적 상호신뢰 증진 ▲고위급 교류 및 접촉 유지와 상호 국익 지원 ▲경제 및 무역 협력 강화 ▲양국 문화 교류 증진 등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잇따라 회담을 갖고 양국 공통 관심사를 논의했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어 원 총리가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촉구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중국은 이미 환율 개혁을 시도했고 환율 개혁은 독립적인 주도성과 통제성과 점진성 등 3대 원칙하에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 환율의 탄력성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류 대변인은 또 "중국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무역흑자는 원하지 않는다"며 "이번에 프랑스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 같은 중국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며 앞으로 무역에 관한 조화와 평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25일 고도인 시안(西安)에서 진시황의 병마용을 관람하는 것으로 방중 일정을 시작했으며 저녁엔 베이징에서 후 주석이 주최한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그는 발언 내용을 일체 공개하지 않기로 한 비공식 만찬에서 후 주석에게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강력하게 거론했으나 후 주석으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만찬을 마친 직후 프랑스 경제인들과 만나 연설을 통해 위안화 평가절상과 환경개선, 이란 핵문제 등 중국측에 민감한 문제들을 잇따라 거론했다.

그는 "중국은 이제 세계경제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존재 자체로 세계 균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나는 중국이 미얀마 문제나 이란 핵문제에서 의욕적인 행동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특히 "중국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의 무역 역조가 심각하다"면서 "강대국은 강력한 통화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의 조화는 달러화나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 주요 통화의 가치 균형을 통해 발전된다는 점을 중국 당국자들의 가슴 속에 심어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함께 프랑스산 유명 브랜드 '짝퉁 상품' 문제의 심각성도 거론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처럼 민감한 문제를 잇따라 거론한 것과 관련, 류 대변인은 "정상회의에는 별다른 악영향이 없었으며 양국의 공통 관심사와 우호 증진과 관련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며 양국의 우호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27일 경제수도인 상하이(上海)를 방문해 시 지도자들과 면담하고 주요 기업들을 시찰한 뒤 프랑스로 돌아간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홍제성 특파원 yskwon@yna.co.kr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