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1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6차전 바레인과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없이 비겼다.

이로써 3승3무(승점 12)가 된 한국은 조 2위 바레인(3승2무1패.승점 11)을 승점 1점 차이로 간신히 따돌리고 조 1위팀에만 주어지는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한국 축구는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6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통산 8번째 본선 진출.
박성화호는 그러나 지난달 17일 시리아와 최종예선 4차전부터 세 경기 연속 0-0 무승부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지난 17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정신차려! 한국'이라는 원정 응원단의 질타를 받는 수모를 겪었던 올림픽호는 화끈한 골 잔치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본선행을 자축하려 했지만 지루한 무승부로 겨우 본선 티켓을 따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최종예선 카타르전 패배 이후 15년 간 최종예선 무패행진(18승5무)을 이어가긴 했지만 아테네올림픽 최종예선 6전 전승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올림픽대표팀 역대 전적에서 4전 전승으로 앞선 바레인을 상대로 압도적인 플레이를 펼쳐보이지 못했고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도 반복됐다.

박성화 감독의 전략.전술도 밋밋하기 짝이 없었다.

단조로운 측면 돌파와 정확도가 떨어지는 크로스에만 의존했다.

상대 수비진을 뒤흔드는 이선팀투나 정밀한 패스 워크는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박성화호는 내년 8월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보완해야 할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8강보다 더 나은 성적을 바라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진일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성화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과 달리 포워드 서동현을 깊숙이 박고 박주영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배치했다.

이근호, 김승용이 좌우 날개로 측면을 파고들었고 오장은, 기성용이 중원을 맡았다.

포백엔 최철순, 김진규, 강민수, 김창수가 늘어섰다.

수문장은 그대로 정성룡.
전반엔 여전히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다.

2분 박주영이 호쾌한 터닝슛으로 포문을 열고 8분 김승용의 터치라인 크로스를 이근호가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할 때만 해도 출발이 좋아 보였다.

미드필드 압박도 괜찮았고 이전 경기보다 플레이에 활기가 넘쳤다.

그러나 결정력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매끄러운 양잔디로 무대를 옮겼지만 패스 실책은 번번이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전반 34분 가장 아까운 장면이 나왔다.

박주영이 아크 뒤에서 감각적인 원터치 패스로 길을 열어줬고 서동현이 문전에서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서동현은 결정을 짓지 못했다.

뒤따라온 수비에 걸려 슈팅 타이밍을 놓쳤고 빗맞은 슛은 어설프게 흘러갔다.

41분 기성용이 달려들던 탄력으로 논스톱 슛을 때린 게 꽤 날카롭게 날아가 골키퍼 품에 안겼다.

바레인은 검은 대륙에서 온 귀화 공격수 제이시 존 아크와니와 이스마일 압둘라티프가 역습을 노렸다.

전반 11분 아크와니가 오버헤드 킥을 시도하는 등 가끔 문전을 위협했다.

후반에도 좀처럼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두 세 차례 기회와 위기가 번갈아 찾아왔지만 양쪽 골문은 모두 열리지 않았다.

후반 7분 서동현이 골지역 오른쪽에서 가슴 트래핑으로 볼을 잡아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 때 박지성처럼 방향을 돌려 터닝슛을 때렸지만 각도를 좁힌 골키퍼 몸에 맞고 나갔다.

10분 박주영이 단독 돌파로 골키퍼를 제치고 터치라인에서 슬라이딩 슛을 때린 볼은 옆그물에 맞았다.

18분 김승용의 크로스를 받은 이근호가 완벽한 기회를 맞았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맘놓고 때린 강슛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가고 말았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17분 아크와니에게 순간 돌파를 허용했고 정성룡이 육탄 방어로 막아내지 못했다면 위험할 뻔했다.

26분 파우지 아이시에게도 위험천만한 중거리슛을 내줬다.

다행히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박성화 감독은 종료 2분 전 쥐가 난 김승용 대신 장신 수비수 김근환을 투입한 것 외엔 용병술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비겨도 되는 경기에서 모험수를 두지 않고 본선행에 더 무게를 뒀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붉은 악마 앞에서 본선 진출을 축하하는 인사를 했다.

스크럼을 짜고 뛰면서 본선 선전을 기원했다.

하지만 웬지 흥이 나지 않았다.

한국 축구의 위용을 지켜보길 바랐던 팬들에겐 여러 모로 아쉬운 한 판이었다.

한편 A조에선 호주가 평양에서 열린 예선 최종전에서 북한과 1-1로 비겼지만 3승3무(승점 12)로 2위 이라크(2승2무1패.승점 8)와 승점 4점 차를 벌려 본선행을 확정했다.

일본도 본선에 올랐다.

일본은 C조 마지막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득점없이 비겼지만 3승2무1패(승점 11)로 사우디(2승3무1패.승점 0), 카타르(2승1무2패.승점 7)를 제쳤다.

아시아에선 한국, 호주, 일본이 본선에 오른 세 팀으로 정해졌다.

(안산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