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협상 D-1 진통..文 `鄭사퇴' 요구

일주일 전 통합 및 대선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던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협상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대선일정과 정당법상 절차를 감안하면 늦어도 21일까지 통합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지만 총선 공천지분 축소를 우려한 신당 내부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고 민주당 역시 신당측의 `합의 파기'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당의 통합일정상 오는 22∼23일 이틀간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대선후보 등록 전인 24일까지 선관위에서 합당 신고서가 수리돼야 하기 때문에 통합 협상은 늦어도 21일까지는 타결돼야 한다.

정당법상 후보등록 개시일 이후 합당신고서가 접수되면 그 효력이 선거일(12.19일)로부터 20일이 지난 후부터 발생하는 만큼 투표용지와 홍보물 등에 `통합민주당' 등 통합된 새 정당의 명칭을 전혀 사용할 수 없어 통합의 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적인 통합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당은 20일 상대 당에 결렬의 책임을 돌리며 공방전을 벌였다.

신당측 관계자는 이날 오전 신당측 협상단장인 문희상 상임고문과 민주당측 협상단장인 최인기 원내대표간 물밑 접촉이 재개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측은 "협상재개 제의가 없었다.

물밑협상 재개 주장 역시 거짓말"이라며 부인했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의결기구 구성비율 등 양대 쟁점 가운데 전대 개최 시기 문제는 민주당측이 전날 `6월 이전 개최도 가능하다'며 양보했다.

하지만 신당측은 의결기구를 5대 5로 구성한다는 당초 합의를 7대 3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타결이 어렵다며 추가 요구를 했고 민주당은 5대 5 구성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면서 "신당의 복잡한 내부사정 때문에 양보를 한다 해도 타결될 지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 독자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당사 앞에서 `사기정당 배신정당 통합합의 파기 규탄대회'를 열어 신당측의 합의 파기를 강력히 비난했다.

이 후보는 규탄대회에서 "현재 지지율이 바닥에 있어서 답답하지만 불안하지는 않다"며 "국민은 지난 5년간 국민을 고통속으로 몰아간 거짓말 세력, 사기꾼들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것이며 범죄혐의까지 있는 한나라당 후보에게 결정권을 주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죽기를 각오한 만큼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면서 독자 완주를 다짐했다.

박상천 대표도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통합을 추진했으나 신당은 말 그대로 속임수와 배신의 정당이자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는 정당"이라며 "협상을 하면서 제가 잘못했다면 협상 테이블에 7개의 계파 수장을 다 오라고 해서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 데 그렇게 했어도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수장이라고 주장할 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신당 내부에서는 통합에 적극적인 정동영 후보 진영과 소극적인 민주당 탈당파 및 386 초.재선그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 후보는 이날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협상이라는 게 막바지에 가면 밀고 당기기와 진통이 있다.

(민주당과의 통합은)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 힘을 모아도 모자라는 데 대통합의 대의 앞에 모두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에 부정적인 신당의 핵심 당직자는 "현실적으로 보면 이제는 법률적 통합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이제 대선은 `정치적 통합' 상태로 치르고 실무적 통합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단계로 가야 한다"며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음을 강조했다.

이는 정 후보의 조속한 협상타결 주문에도 불구하고 신당내 일부세력이 반기를 들고 통합협상을 매개로 `후보 흔들기'에 나선 형국이어서 정 후보의 리더십은 물론, 전통 지지층의 표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당이 단일화를 요구했던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할 수 없다"며 "정 후보에게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함께 후보사퇴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 주변에선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문 후보가 정 후보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표명할 것이란 이야기나 나왔으나 실제 회견에서 문 후보는 정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등 한층 강경해진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는 "국민이 부도난 기업에 어떻게 투자하겠느냐. 실정한 사람들하고 단일화하기를 원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정 후보가 (사퇴) 요청에 동의하기 힘들다면 공개토론회를 갖자"며 참여정부와 신당의 공과, 정 후보의 사퇴, 단일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한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