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김.한나라당 "있다" "없다" 공방
진위 여부 판가름 여부에 파괴력 좌우

이른바 `BBK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김 변호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가 과거 체결했다는 `이면계약서'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BBK 의혹의 뇌관' `판도라의 상자' 등으로 여겨지던 이면계약서가 공개될 경우 진위를 떠나 정치권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한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정국에 중대변수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러나 지금껏 이면계약서의 내용과 진위를 놓고 공방이 계속됐던 만큼 공개되더라도 논란을 키우는 정도의 파괴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역시 최대관심사는 이면계약서의 진위와 내용이다.

이 문제는 김씨가 지난 8월 미국 연방교도소에서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BBK와 LKe뱅크 등이 모두 100% 이명박 후보의 회사이며 이면계약서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롯됐다.

결국 김씨가 언급한 계약서에는 이 후보가 사실상 BBK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갖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면계약서는 30장이 넘는 분량으로 BBK의 실질적 소유관계를 알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으며, 계약당사자임을 입증하는 김씨와 이 후보의 서명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 후보는 이면계약이란 것을 한 적이 없고, 따라서 이면계약서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게 있다면 위조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 후보도 지난 19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면계약서는 없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한 언론에 이면합의 계약서임을 주장하면서 건네준 문서도 이 후보와 김씨가 공동설립한 LKe뱅크와 김씨가 설립한 유령 투자업체인 AM파파스의 주식거래계약서를 위조한 서류 등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이 자체 입수했다는 실제 주식거래계약서 진본 문서는 표지 제목은 김씨의 것과 같지만 분량이 12장 적고, 서명의 위치도 다른데다 글씨도 영어대문자로 김씨의 문서(영어소문자)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측은 김씨 남매의 주장이 허위라는 근거로 이들 남매가 모두 여권 등 사문서를 여러 차례 위조한 `전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김씨가 지난 3년여 동안 미국에서 여러 건의 재판을 진행하면서 이면계약서를 한번도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존재 여부도 부인해 오다 이제야 이를 내놓겠다고 밝힌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에리카 김이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이면계약서를 한국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검찰을 통해 파악한 결과 지금까지 제출된 서류는 진위 여부를 떠나 별로 중요한 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양측의 이런 공방은 에리카 김이 이면계약서라고 주장하는 서류를 공개한 뒤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류의 내용이 어떻든 이를 이용하려는 대통합민주신당과 막으려는 한나라당의 논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통상 서류의 진위를 가리는 것은 상당 시일이 걸려 대선전에 마무리될 지도 불투명하기 때문.
그러나 예상보다 빨리 결론이 도출될 경우 이 후보가 치명타를 입느냐, 대세를 굳히며 무난한 승리를 이끄느냐가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