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경제 곳곳에 뿌리박혀 있던 부채가 해소돼 경제가 건전해졌다.
상처도 있다.
한국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했고 금융시장이 외국자본에 점령당했다."
경제위기 10년에 대한 국내외 평가다.
정확히 10년 전 내일,1997년 11월21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경제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국가 신용등급은 현재 A인데 환란 전 AA-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환율도 위기 전 700대 후반보다 약세다.
외환보유고는 2600억달러로 세계 5위 수준이다.
위기 직전의 10배가 넘는다.
주가지수는 700에서 280까지 급락했으나 최근 2000포인트를 넘나든다.
경제지표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경제 기저에 흐르고 있는 근본적 '인식'과 '동력'의 위기이다.
아무리 제도가 바뀌고 경제지표가 호전되어도 잘못된 인식의 조류를 바로잡지 않고는 위기극복을 논할 수 없다.
경제위기 10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다시 들여다 보자.
"한국경제는 진정 위기에서 벗어났는가."
아니다.
질문이 잘못됐다.
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위기로 대체됐을 뿐이다.
세계경제는 1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더구나 자본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체도,금융상품도 바뀌었다.
공격적인 헤지펀드 사모펀드 국부펀드가 복잡한 파생상품과 증권화 상품을 통해 세계자본흐름을 주도한다.
자금흐름 방향도 변했다.
과거에는 한국에 들어온 자금을 외국이 회수하면서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이제는 한국이 외국에 투자한 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때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위기발생지역도 달라졌다.
10년 전 태국 인도네시아 같은 이머징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했다.
자금은 미국이나 중국과 같이 가장 잘나가는 시장에서 발생하기 쉽다.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이를 증명한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성장동력이 고갈되었는가."
아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업이 성장해야 한다.
경제위기 이후 가장 많이 바뀐 부문은 기업이다.
기업도산을 야기했던 부채비율이 현격히 줄었다.
기업지배구조도 많이 투명해졌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은 경제성장의 주체이며 경제영토를 넓히는 경제전사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업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부채(負債)는 기업과 경제를 해치는 독약인가."
아니다.
경제위기 이후 부채는 무조건 나쁜 것으로 매도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과도한 부채이지 부채 자체는 아니다.
기업이든 국가든 성장을 위해서는 부채를 활용해야 한다.
부채를 사용해야 자기자본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경제논리다.
역사적으로 한국경제는 레버리지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개발연대에는 정부가 외자유치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켰다.
다음에 은행과 대기업으로 레버리지 주체가 이동했다.
지금은 가계다.
부채도 한 쪽으로 쏠리는 게 문제다.
정부재정 금융회사 기업이 조화롭게 활용하면 부채는 한국경제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론스타가 한국시장에서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것도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은 항상 승자,한국자본은 항상 패자인가."
아니다.
외국자본이 한국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은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뼈저린 아픔을 경험하고 2004년 11월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도입됐다.
2008년에는 경제위기 이후 최대의 M&A장이 열릴 것이다.
구조조정을 거쳐 새로 태어난 알짜배기 기업들이 대상이다.
외국자본은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이다.
10년 전에는 한국에 경쟁자가 없었으니 승패는 의미 없다.
외국펀드가 혼자 싸워 이긴 것이다.
이번 게임이 진검승부다.
두 번 실패하면 진짜 실패다.
10년 후 내일,20년 전 경제위기를 되돌아보며 한국경제의 위기요인,성장동력,외국자본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