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슬림해진 재킷,소매없는 베스트(조끼)형의 모피 의류가 올겨울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부유한 중년층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모피제품이 대중화하면서 활동성을 높이고,'미니멀리즘''퓨처리즘' 등 여성복의 유행 흐름을 반영한 제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는 것.

진도,사바티에 등 전문업체들은 모피제품 판매의 성수기(11~1월)에 들어서면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모피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엉덩이를 덮는 긴 코트보다는 슬림해진 라인에 50~60㎝로 상의 길이가 짧아진 재킷형의 스타일이 특히 인기다.

40대가 주요 타깃인 진도는 지난해 전체 제품에서 76%를 차지했던 800만~900만원대의 재킷형 제품을 올해 전체 물량의 81%로 높이고 1800만원대의 긴 코트는 지난해 5%에서 올해 2%로 절반 이상 줄여 출시했다.

특히 소매가 없는 베스트 형의 모피코트도 올겨울 인기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20~30대 젊은 여성고객이 타깃인 모피전문브랜드 엘페의 전체 제품 판매 비중(11월1~15일)에서 지난해 7%를 차지했던 200만~300만원대의 베스트 스타일은 올해 14%로 2배나 늘었다.

엘페의 우경아 디자인 실장은 "모피의 구매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더욱 유행에 민감하고 실용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엉덩이 윗부분까지 올라오는 짧은 재킷이나 베스트형의 제품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소재도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 때문에 모피 전문업체들은 얇고 가벼운 모피류의 소재 사용 비중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부피감이 있는 장모보다는 짧게 깎은 밍크류,부피감이 적은 키드램(어린 양),스와카라(양의 일종),까발리노(송치느낌의 가죽)등 슬림해 보이는 소재의 사용량을 늘리고 있는 것.

특히 내구성이 약한 모피 소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 가지 털로 제작하기보다는 세이블(담비과),링스(시라소니),친칠라(다람쥐과) 같은 고급스러운 털과 콤비로 만든 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옷의 몸통부분은 얇고 가벼운 밍크,키드램으로 소매나 목부분은 세이블 같은 고급스런 소재가 주류를 이룬다.

진도모피의 서동민 디자인 실장은 "명품화 전략을 위해 고급 모피들과 다양하게 조합시킨 제품과 표범무늬,호랑이무늬 등을 프린팅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솜이나 오리털로 누빈 패딩과 모피를 혼합한 스타일도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모피류만 고수하고 있는 엘페는 실용성,활동성을 강조하는 '스포티즘'을 반영,실크 느낌의 원단을 사용한 패딩제품에 모피를 덧댄 콤비제품을 내년 초 선보일 계획이다.

이 같은 트렌드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모피시장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모피시장 규모는 3200억원으로 전년대비 30% 줄어들 전망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