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내 이름')를 부르던 다섯 살배기 꼬마가 차세대 국악인으로 성장했다.

1980년대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예솔이'의 본명은 이자람(28).

그가 정동극장이 젊은 예술인을 발굴하려는 취지로 기획한 '아트 프런티어 시리즈'의 다섯번째 주인공으로 11월30일~12월2일 무대에 선다.

이씨는 이미 국악계에서 적지 않은 화제를 뿌렸다.

스무살 때이던 1999년 춘향가를 8시간 만에 불러 '최연소,최장시간 완창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국악 뮤지컬 단체인 '타루'의 대표로 일해 오다 작년부터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작품도 이색적이다.

기존의 판소리가 아니라,브레히트의 연극 '사천의 여인'을 그가 직접 각색한 '사천가'이다.

'사천의 여인'은 착한 심성을 가진 매춘부 셴테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공의 사촌오빠 슈이타로 변장하고 생활하는 이야기다.

결국 셴테는 비행사 양순과 사랑에 빠져 임신까지 하지만,그에게 버림받고 빈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슈이타로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보다 대중에게 좀 더 노출된 생활을 하다보니,그들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좋은 사람이 되려는 나'와 '본래의 나' 사이의 간극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고민이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죠."

셴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돼 공연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판소리와 브레히트의 희곡 사이에 형식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한 것도 이번 작품을 만든 계기가 됐다.

브레히트의 연극에서는 배우들이 극 중간에 사건을 촌평하는 장면이 있는데,마치 판소리에서 소리꾼이 연기와 해설을 함께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다는 것.전체적인 플롯은 그대로 뒀지만 매춘부 셴테는 '실업자 뚱녀'인 '순덕'으로,양순은 소믈리에 지망생인 '견식'으로 등장 인물만 조금씩 바꿨다.

"판소리는 시작만하면 내용이 산으로 갈지 들로 갈지 모르는 게 특징이에요.

지금은 많이 정형화됐지만 소리꾼에 따라서 10분짜리가 4시간으로 길어지기도 하거든요.

'사천가'도 구상단계에서는 많은 고민을 했지만 각색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손 가는 대로 썼어요."

이씨는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많다.

밴드의 리드보컬,라디오 진행자,가야금 연주자,기타리스트 등 장르를 불문하고 활동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이 '소리꾼'으로 남기를 바란다.

'답답증'을 한순간에 터뜨려주는 데는 판소리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02)751-150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