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이 폭로한 비자금 조성과 뇌물제공 의혹 파문(波紋)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의 로비를 받은 '떡값 검사'의 일부 명단을 발표하고,여기에 차기 검찰총장 내정자까지 포함되자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비리는 반드시 밝혀지고 엄정한 법의 잣대로 처리되어야 할 일이다.

특히 한국의 대표기업이나 다름없는 삼성에 대한 이 같은 의혹은 그동안 쌓아올린 삼성의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나 국제신인도에 심각한 흠집을 내고 사회불신을 증폭시키는 빌미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보면,시시비비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급선무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요즘 사태의 진전 양상은 앞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만저만 걱정스럽지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일이 대통령선거 정국과 맞물려 정치적 이슈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어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민노당 권영길 후보,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3자회동을 갖고 특검에 합의한 것부터가 그렇다.

이들은 이미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어 있는 마당에 검찰수사가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은 폭로한 측이나,의혹의 당사자 모두 일방적이고 상반된 주장만 하고 있을 뿐,어느 것 하나 사실관계가 신빙성있게 밝혀지고 분명하게 입증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실정이다.

특검제 도입이 다소 성급해 보이는 이유다.

더구나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는 대선구도를 흔들어보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기업비리가 대선과 연관된 쟁점으로 비화된다면 십중팔구 그 내용의 불필요한 증폭과 왜곡(歪曲),불신의 조장으로 이어지면서 나아가 경제불안까지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지금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의혹부터 말끔히 털어내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다.

비리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용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지만,자칫 '기업 죽이기'로 귀결되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어떤 정치적 이유로도 기업의 역할과 기능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