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라인 명단 포함…`떡값 공방' 해소가 선결과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2일 이른바 삼성의 `떡값 검사' 명단에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힘에 따라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될지 불투명해졌다.

임 내정자 등이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지만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 또 이 사건 고발인인 참여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일부 명단 공개라는 방식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 수뇌부에 깊은 불신의 포문을 열었다.

이번 수사의 보고 체계가 수사팀과 3차장검사-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 순으로 돼 있고, 대검 중수부장이 전국 검찰의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점을 감안하면 고발인 측이 검찰 수사 의지나 방향에 큰 의구심을 보일 것은 뻔한 상황이다.

따라서 검찰은 1단계로 폭로 내용에 대한 내정자 등의 해명을 국민과 여론이 수긍하는 상황이 전제돼야 2단계로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떡값 검사' 진위 규명이 우선 = 임 내정자와 이 중수부장이 직접 수사 지휘 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는 한 수사팀을 구성해 고발인을 조사한 뒤 김 변호사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봐야 공정성 및 수사 의지에 대한 시비만 나올 수 밖에 없다.

수사팀 특정 검사가 거론된다면 일단 그를 배제하고 수사를 시작할 수 있지만 총장 내정자와 중수부장이 논란의 중심에 선 마당에 수사팀 행보가 고발인과 국민에게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닐 수 있을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제단이 임 내정자의 비위 의혹을 폭로하고 임 내정자가 "어떤 청탁이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뒤 "증거를 대라"고 다시 사제단 측에 공을 넘기는 상황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사제단이 이날 명단 공개 배경에 대해 "삼성 비자금 문제를 검찰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몰고 가려는 작금의 옳지 못한 방향에 대한 꾸짖음"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는 불가피하게 당분간 표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변호사와 사제단 측이 일찌감치 임 내정자와 이 부장 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이는 어차피 검찰 수사 전반에 대한 불신을 뜻하는 것이었을 것이고, 명단을 만천하에 공개한 터에 검찰의 `수사 의지'만 요구하는 것도 사실상 무리가 아니냐는 해석도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삼성 비자금' 본격 수사는 차후 문제 = 참여연대 등이 검찰에 고발한 내용은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한 불법행위와 증인ㆍ증거 조작 등 사건 은폐 ▲임원 명의의 불법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조성 ▲정ㆍ관계와 법조계, 언론계를 상대로 한 불법 로비 등이고, 피고발인은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및 우리은행ㆍ굿모닝신한증권 관계자이다.

당초 검찰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 고발인 측에 `떡값 검사'의 명단을 제출하거나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참여연대 등이 이를 거부하자 12일께 수사 부서를 정한 뒤 본격 수사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대검에 독립된 수사팀 구성을 요구했고 사제단도 명단의 일부만 공개했다고 밝힘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서더라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 오늘 중으로 주임검사를 배당해 사건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제단이 공개할 경우'에 대해서는 "두고 보자"고만 했었다.

검찰은 당초 이 사건을 특수2부(오광수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금융조세조사1부 검사들을 투입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제단 명단이 공개되자 이날 오후까지 논의만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수사 부서와 주임검사를 지정한 뒤 고발인인 참여연대와 민변 관계자를 소환하고 김 변호사를 참고인 조사하는 등 수사를 시작하는 방안과 사태 추이를 봐가며 수사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