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규(兪炳圭) <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

한국 경제는 요즈음 이전에 비해 훨씬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지난 2분기부터 5%대를 유지했고 주가도 최고가를 구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올해 성장률은 당초 예상보다 높은 4%대 후반을 기록하고 내년 성장률도 5%대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나 할까. 잘 나가는 한국 경제에 최근 글로벌 한파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이는 어렵사리 안은 희망이 또다시 좌절될까 노심초사하게 만든다.

제일 먼저 엄습한 한파는 미국발 세계 경기 불안이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 여파로 미국 경제를 시발점으로 세계 경기의 둔화가 기정사실화되고 세계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경기를 굳건히 받쳐주고 있는 수출 경기가 악화되고 국내 자본시장은 급등락 장세의 혼란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경제의 힘이 빠지면서 미국 달러화 역시 맥을 못추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와 캐나다 통화 등에 대해 최저치를 기록했고,원화에 대해서도 저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국내 경제의 실제 능력보다 과대평가되면 수출 부진과 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대한 걱정은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설상가상으로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국제 원유가가 갑자기 급등세를 띠고 있다.

국제 유가의 상승 원인이 복합적이기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고유가 시대는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 유력시된다.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공업국들의 석유 수요가 급속하게 늘고 있는 데 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석유 생산국들의 생산 능력은 제한돼 있는 수급상의 구조적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더욱이 미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국 자산에 대한 대체 투자재로서 원유에 대한 투기 수요를 늘려 유가 오름세를 부추긴다.

여기에 간헐적으로 도드라지는 중동 정세 불안은 그 때마다 유가 폭등을 유발할 것이다.

고유가 시대의 도래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처지에서 물가 상승의 어두움을 짙게 하고 서민 경기를 더욱 냉각시킨다.

차갑고도 매서운 글로벌 삼각 파고에 휩싸인 한국 경제의 앞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의 관건은 거센 풍랑을 피하기보다 그 중심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도전적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느냐는 데 있다.

어차피 대외 여건은 스스로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변수들이다.

따라서 지금 할 일은 한파를 피해갈 임기응변의 묘수를 찾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추세화될 것으로 예견되는 미국발 세계 경제 불안,원화 강세,고유가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경제 발전 전략과 대안을 찾는 것이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하되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신흥 경제발전국들과 경제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경제 다원화' 정책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또한 원화 강세 시대에 걸맞게 국내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는,보다 구체적인 '한국 경제의 선진화' 방안을 찾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다행히 원화 강세는 투자재의 수입가를 낮춰 국내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한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국내 산업의 확장과 혁신을 위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가 크게 늘어나도록 과감한 규제 철폐와 같은 보다 적극적인 투자 유인책이 필요한 것이다.

고유가 시대의 도래 역시 기회 요인으로 활용해야 한다.

국내 경제 사회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뿐만 아니라,대체에너지와 자원 개발과 같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절호의 찬스로 선용하는 창의적인 기지를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단 예상 밖의 유가 급등으로 차가운 겨울을 보낼 서민들에 대한 단기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체감 경기 악화를 막아 경제 활성화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