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측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를 전제로 한 선거 전략 궤도 수정에 본격 착수했다.

대선 판도가 '이명박-이회창-정동영'의 3자 구도로 재편되더라도 독주 체제를 유지할 전략 가다듬기에 나선 것이다.

선대본부장인 이방호 사무총장은 4일 "이 전 총재가 대선에 나온다는 전제 아래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일단 이 전 총재가 출마해도 이 후보의 대선 승리를 물거품으로 만들 만큼의 위력은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총재가 출마를 위해 탈당하는 순간 그를 지지하는 한나라당 성향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 후보 측의 판단이다.

정두언 의원은 "3자 구도로 가면 이 전 총재와 정동영 대통합신당 후보의 지지율이 같이 빠질 것인 만큼 대세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로 껑충 뛴 이 전 총재의 '파괴력'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이날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 38.7%,이 전 총재 26.3%,정 후보 16.0%의 지지율을 각각 나타냈다.

이 후보 측은 우선'될 사람을 밀어야 한다'는 논리로 한나라당 지지층과 보수세력 묶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전 총재가 과거 두 차례 대선 패배로 인한 '잃어버린 10년'을 책임져야 하는 '역사의 죄인'임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이 전 총재에 대한 설득과 압박 병행도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찾아뵈려 한다"는 의사를 이 전 총재 측에 수차례 전달했다.

또 "이 전 총재는 그렇게 쉽게,가볍게 어떤 일을 결정할 분이 아니다"고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우리의 길을 저지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사의 순리를 그르치는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후보 측의 만남 시도에 대해 이 전 총재 측은 "진정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