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들이 국산을 쓰지 말라는 데 어쩌겠어요."

태양광 모듈(전지판) 인버터 등을 공급받아 발전시설을 시공하는 태양광 전문업체 사장 Y씨.그는 최근 국내 태양광발전 자재시장의 80%이상을 외국산이 독식한 원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꾸했다.

상업용 발전소의 경우 길어도 10년 안에 원금을 거둬야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정부가 설계한 사업인데,전지효율이 도중에 급격히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비싸더라도 유명 외국제품을 써야 안심이 된다고 관련업체들은 털어놓았다.

외국산 선호 현상은 최근 심화되고 있다.

정부가 수입 태양전지 모듈을 '발전설비'로 규정,8%의 관세를 물리면서부터다.

국산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되레 값싼 중국산 수요가 늘어난 것.CE(유럽),UL(미국),TUV(다국적) 같은 국제인증을 받은 중국산은 품질 경쟁력까지 갖춘 것으로 인식돼서다.

결국 국내 태양광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시장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 국산을 우대할 구실도 없다.

당국자들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곤 "피할 수 없는 국제경쟁이니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지켜보자"는 정도다.

안타까운 것은 조금만 일찍 신경을 썼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란 점이다.

태양전지 전문가인 한 민간연구소 박사는 "태양광 연구가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한 것은 겨우 2~3년밖에 안된다"며 "5~6년만 빨리 지원에 나섰어도 아마추어를 프로리그에 내보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정부예산은 여전히 태양광 보급과 발전차액 중심이다.

2012년까지 기술개발 지원예산은 모두 2270억원.보급과 발전차액 예산(1조6740억원)의 13%에 불과하다.

경쟁력이 달리는데 시장만 커지는 셈이다.

"증권시장은 광(光)을 잡았지만,국산설비시장은 '꽝'이나 마찬가지"라는 국내 태양광 설비업체들의 한숨소리가 더 깊어진다.

이관우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