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어제 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율을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지난 9월에 이어 추가로 이뤄진 이번 금리인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불안과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연준리의 정책기조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어제 다우지수가 상승하는 등 시장도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다.

미국 경기의 연착륙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하로 달러약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국제유가도 급등(急騰)하는 양상은 또 다른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미 원ㆍ달러 환율급락과 유가폭등은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환율은 지난달 31일 장중 달러당 900원이 무너지면서 이제 800원대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10년여 만의 최저치로 '쇼크'수준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도 원ㆍ달러의 적정환율을 841원으로 제시한 마당이고 보면 환율의 추가하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환율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환율은 지난 2개월 동안 무려 50원 가까이 떨어졌다.

게다가 국제유가는 달러약세와 미국 원유재고 감소로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94달러를 넘은 데 이어 곧 100달러선까지 돌파할 기세다.

한마디로 나라경제는 물론 기업경영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지나친 환율하락이 수출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수출증가세에 급제동이 걸리고 유가부담까지 가중(加重)된다면 이제 회복단계에 들어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나마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 수출기업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최근 무역협회 조사에서 수출업체들의 70%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한계 환율을 920원으로 응답한 사실만 보아도 지금 여건이 얼마나 나쁜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정부가 어느 때보다 경각심을 갖고 환율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시경제 운용방안과 환율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대응 수단의 강구가 시급한 이유다.

특히 미국 금리인하로 우리의 금리정책 운용의 여지도 넓어진 만큼 금융당국이 환율급락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를 감안해 금리정책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이제 800원대 환율이 대세임을 직시(直視)해 기술개발,원가절감,품질 및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환율하락의 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기본체력을 강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

수출상품의 결제통화 다변화,환헤지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