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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아들이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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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도시의 40~50대 주부들 사이에 아들을 빗댄 유머 시리즈가 유행이다.

    "아들은 사춘기가 되면 남남으로 변하고, 군대 가면 손님, 장가 들면 사돈이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 진 아들은 내 아들"이라고 한다. 그다지도 아들을 선호했던 기존의 생각이 급격히 변해가는 풍속도를 보는 듯하다.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남아선호 사상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퇴색하고 있다. 여자는 시집가면 그만이라는 출가외인은 이제 옛말이 됐다. 여성 정치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경제계, 법조계, 문화계 할 것 없이 여성의 파워가 몰라 보게 커지면서 '잘난 딸아이 열아들 안 부럽다'는 말이 전혀 생소하지가 않은 세상이다.

    여성들의 활약상에 주목해 온 미국 하버드대학의 댄 킨들러 교수는 특히 틴에이저 여학생을‘알파걸'이라 이름 붙였다. 이들은 리더십이나 학업, 심지어는 운동 등에서도 남성을 능가한다 해서 그리스 알파벳 첫 글자인 '알파'를 딴 것이다. 60년 전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지는 것"이라고 도발적인 선언을 했던 보부아르가 지금 살아 있다면 자신의 통찰력에 감개무량해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남아선호 대신 여아선호로 변화하는 현상은 이번 한국보건연구원의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15~44세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들이 꼭 있어야 된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이는 4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줄어든 수치다. 대도시에 거주하고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아들이 없어도 무방하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아들을 통해 노후를 의탁하고 후대를 잇는다는 의식은 이제 상당 부분 가셔졌다. 장자 상속을 한다거나, 차별받는 여성의 보상심리로 아들을 선호한다는 심리적인 분석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장가 간 아들을 두고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라고 하는 유머가 까닭없이 들리지 않는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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