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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국적과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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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는 대규모 종교 내란이 일어났다.

    가톨릭교의 부르봉 가(家)에 대한 신교도 측 위그노의 반란이었다.

    정치 투쟁 성격의 이 내란에서 위그노는 패배했다.

    위그노는 당시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견직물을 비롯해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한 하이테크 그룹이었다.

    위그노가 패하자 영국이 즉각 움직였다.

    1600년대 말까지도 비단을 프랑스로부터 수입하던 영국은 찰스 2세 이민법을 만들었다.

    위그노 자녀들을 무차별로 영국 학교에 편입시키고,그들이 반입하는 이사 물품엔 면세 혜택을 줬다.

    또 항구에는 출입국 관리를 파견해 무료로 출입국 서비스를 제공했다.

    위그노는 후에 산업 혁명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영국과 거의 같은 시기에 독일에선 위그노의 이주를 돕기 위한 포츠담 포고령이 나왔다.

    이들에게 무상으로 주택을 제공하는 등 그 환대는 영국에 비할 바 아니었다.

    독일의 모직물 기술,가죽 기술,그리고 감자 등 농업 기술이 위그노의 손에서 나왔다.

    야쿠시지 다이조의 '테크노 헤게모니(Techno-Hegemony)'에 나오는 얘기다.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역사의 변천을 파헤치면서 소위 '철새 인생'들이 신흥 기업이나 신흥국에 흘러들어갔을 때 새로운 하이테크 기술이 태동하고,새로운 질서가 탄생했음을 저자는 증명해 보였다.

    독창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마이너리티(minorityㆍ소수파)가 기존 체제를 뒤엎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기술 일본도 외국 인력의 유입과 무관하지 않았고,오늘의 미국은 특히 그 대표적인 국가다.

    정부가 병역 의무를 마친 한국인과 외국인 전문가에게 이중 국적을 허용하는 이른바 '제한적 복수 국적' 허용 문제를 검토하는 모양이다.

    과연 이 정도로 우수한 철새 인생,탁월한 마이너리티를 대거 흡수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에 왜 세계적인 연구소가 없는지,왜 세계적인 대학이 없는지 곰곰 생각해 보면 국적법 규제도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국제적인 인력 이동의 장벽을 해소하는 문제는 과학기술부나 교육인적자원부가 조금이라도 글로벌 마인드가 있었더라면 진작 강하게 요구했어야 할 그런 사안이었다.

    싱가포르나 아일랜드의 개방적 인력 정책은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로 주목해 볼 만하다.

    기술만이 아니다.

    금융 등 다른 분야도 결국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국가라면 인력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다카하시 스스무의 '10년 후 일본'은 이민에 대한 일본 정부의 새로운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이민 허용 비율을 기록할 만큼 정신적 인종주의 사회로서의 측면이 강하던 핀란드는 '2015 미래보고서'에서 이민 정책과 다문화 수용을 9대 미래 전략에 포함시켰다.

    고령화 문제에 직면하기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국적법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할 수도 있지만 국익을 생각하면 그 이상의 발상의 전환도 해야 할 판이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 수는 없는 일이다.

    싱가포르의 고촉통 전 총리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가는 사람들에게 연연하기보다는 내ㆍ외국인을 막론하고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두라"고.맞는 말이다.

    그러다 보면 나가는 사람들도 다시 생각해 보게 마련이다.

    논설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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