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悳煥 <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 >

요즘 아시아의 우주가 뜨겁다.

중국이 최초의 달 탐사 위성인 창어(嫦娥)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중화민족의 부흥'을 앞세운 중국의 본격적인 '우주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일본이 지난달에 발사한 달 탐사위성 '가구야'도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고,인도도 내년에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많이 뒤처지기는 했지만 우리도 우주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최초의 우주인이 올라가고,우리 손으로 만든 인공위성을 처음으로 우리 땅에서 발사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미 우주 시대에 살고 있다.

통신,방송,관측,정찰 등의 많은 부분을 우주에 의존하고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은 이미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내년에 우리 기상관측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요즘 사회적으로 불만이 늘어나고 있는 일기예보도 크게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

우주와 태양계의 생성 과정과 미래의 운명을 알아내기 위한 과학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우주의 효용성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하다.

우주 관광의 가능성이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

우주 호텔 계획도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우주를 이용해서 우리의 절박한 에너지와 자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우주 식민지 개척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구의 인구가 더욱 늘어나고,환경이 악화되면 결국 우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우주를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활용하게 될 것인지는 여전히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우주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우주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포기할 수는 없다.

문제는 우리가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우주개발에 참여할 것인가이다.

우주개발은 아무나 선뜻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엄청난 비용과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남이 우주로 간다고 우리도 우주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냉정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하다.

선진국이 우리보다 월등히 앞서 있는 분야는 대단히 많다.

우리가 그런 분야 모두에 투자해야만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고,정말 성공할 수 있는 분야를 냉정하게 선택해야 한다.

우주 개발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소득은 굳이 우주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 투자하더라도 얻을 수 있다.

심해저 개발,남극 개발,국방 산업,핵융합 기술 개발 등이 모두 그런 분야들이다.

사실 우리가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 반드시 그런 거대 기술에 투자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정밀기계로 성공한 스위스와 휴대전화로 선진국이 된 핀란드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능력과 비용과 사회적 공감대다.

이미 우리는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앞으로 그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주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경제력도 갖췄다.

문제는 철저한 각오와 사회적 공감대다.

기왕 시작할 일이라면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하고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와 자세가 필요하다.

작은 실수를 견뎌내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어려움을 이겨낸 후에 얻은 성공이 정말 값진 것이다.

가족을 떠나 오지(奧地)에서 젊음을 불태우고 있는 과학자들을 적극적으로 성원해주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주 개발에 대한 분명한 대차대조표가 필요하다.

특히 엄청난 비용이 드는 발사체 개발에 대한 당위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냉정한 논리가 제시돼야 한다.

순수한 과학 연구를 위한 국제적 협력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주센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해서 우리 모두가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시설로 만들어야 한다.

우주센터에 국민을 위한 시설이 더 많이 갖추어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