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디자이너들은 '가장 일본적인 것'을 디자인한 사람으로 구라마타 시로를 꼽는다.

세계 디자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그는, 투명한 아크릴 재료안에 종이 장미를 넣은 의자를 디자인했는데 마치 "일본 정원을 옮겨 놓은 듯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일본의 전통적인 문양이나 모습은 없지만 꽃꽂이의 모습에서 일본이 연상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디자인은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아름다움을 가져오는 것이다.

디자인은 또 모든 사물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끌어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구체적인 실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디자인은 '표현하다' '성취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의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하고 있는데,어원에서 보듯 디자인은 애초부터 관념적이지 않았다.

일종의 창조활동으로 여겼다.

지금에 와서는 시각디자인,제품디자인,환경디자인 등 여러 분야로 갈려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산업쪽에서의 디자인은 제품의 가격을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시되고 있다.

지난 21일 세계디자인도시(WDC)로 선정된 서울시가 2010년부터 '디자인 올림픽'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세계디자인 업계의 변화속도가 빠른 만큼 해마다 국제대회를 개최해 디자인 도시로서의 위치를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디자인이 차세대 산업동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의 디자인 실력은 세계 평균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직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이렇다 할 디자인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디자인 도시로서의 서울의 위상이 높아지면 한국산 제품의 가치도 더불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자인은 상품의 경쟁력이기도 하지만 심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종의 기술이기도 하다.

이왕이면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토종 디자이너 육성에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겠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