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놀라더군요.짧은 기간에 엄청난 저력을 발휘했다고.연말께엔 양주 시장 월간 점유율 1위에도 오를 수 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도약을 추구하겠습니다."

지난 8월 양주 시장 5위에서 지난달 2위로 도약한 수석무역 김일주 대표(47).그는 무자료거래로 수입면허를 취소당한 디아지오코리아의 양주 국내 판매권을 디아지오 본사로부터 위탁받아 8월 말부터 영업을 개시,한 달여 만에 주류 업계 강자로 부상했다.지난달 수석무역은 판매량 8만2167상자(1상자는 500㎖ 18병)를 기록,9만363상자를 판매한 1위 진로발렌타인스를 바짝 추격했다.8월 중 수석무역의 판매량은 8619상자에 불과했지만 윈저 조니워커 딤플 등을 넘겨받아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200여명 직원이 하던 영업을 저희는 35명이 맡고 있습니다.앞으로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계약직 판촉사원은 늘리겠지만 정규 영업직을 늘릴 생각은 없습니다.위스키 시장은 파레토의 8 대 2법칙(주력 제품 20%가 80%의 매출을 담당)이 철저히 적용되는 만큼 주력 제품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김 대표가 영업직을 충원하지 않는 이유는 디아지오코리아가 내년에 수입면허를 갱신할 경우 영업권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디아지오 제품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잘 키워서 되돌려줄 생각입니다.도매상들이 많이 도와주는 만큼 올해 매출은 지난해 460억원에서 1700억∼18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의 자신감은 25년째 위스키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판 인생역정에서 비롯된다.그는 1982년 조선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두산씨그램에 입사하면서 '주류 인생'을 시작했다.그곳에서 17년간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서 일한 뒤 2000년 진로발렌타인스 설립 당시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옮겨 영업총괄 부사장까지 지냈고,올초 수석무역 대표로 취임했다.입사 동기들은 대부분 주류 업계에서 은퇴했지만 그는 발군의 마케팅력과 영업력으로 승승장구해 왔다.

"오랜 기간 주류업계에서 사귄 지인들의 힘이 컸습니다.전국에 안테나 역할을 해주는 지인들이 수십 명이고,평소 교분을 나누는 고객과 거래처 사람들도 1000명이 넘습니다.머리보단 가슴으로 사람을 사귀는 데 힘씁니다.모든 일은 사람한테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