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반면 1000원숍 등 저가상품 전문점의 매출은 뚝 떨어졌다. 경기가 바닥으로까지 떨어졌던 2005년과 지난해 1000원짜리 균일가격 상품을 팔며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에코마트와 다이소 등 초저가 상품 전문점의 매출이 최근 들어 작년보다 30% 이상 줄어들었거나,연초 목표액보다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

커튼,조화 등 실내 인테리어 제품을 1000원에 팔고 있는 이랜드 계열사 '에코마트'의 서울 동서울터미널점은 요즘 하루 평균 매출이 평균 20만원대로 2005년 개장 당시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점포 관계자는 "형편이 나아진 소비자들이 조금 비싸더라도 괜찮은 브랜드의 상품을 찾아 대형 마트와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마트는 전국 점포의 총매출이 작년 8월 15억원,9월엔 16억원이었지만 올 8월과 9월에는 각각 10억5000만원과 11억2000만원으로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국 매장 수를 17일 현재 60곳으로 작년보다 35곳이나 늘린 것을 감안하면 극히 부진한 실적이다.

다이소 아성산업의 '1000원숍 다이소'는 올해 매출 목표액을 1800억원에서 이달 초 16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최근 실적이 급격이 악화돼 매출액 달성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과 9월 매출액은 각각 100억원,11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4억원과 17억원가량 오르긴 했지만 작년 8,9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3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에는 크게 못 미친다.

중·저가 상품을 사기 위해 강남의 알뜰 주부들이 자주 찾던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의 매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A 의류 매장 점주는 "1000원에 두 켤레하는 스타킹을 최근 네 켤레에 묶어 팔아도 하루에 3~4개 팔릴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지하상가와 100m가량 떨어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잡화매장엔 2만~3만원 하는 일본제 스타킹을 사러 온 주부들로 붐비고 있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의 9월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8.5%나 상승했고 이달 들어 2주간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가량 늘어났다.이마트 등 3개 주요 대형 마트들의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0.9%나 늘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원은 "국내 1000원숍과 비슷한 업태인 일본 100엔숍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지난 10년간 저(低)성장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현재 국내 경기는 일본처럼 우려할 상황이 아니며,대통령 선거 등 소비심리를 부추길 요소도 있어 저가전문점의 고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