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가운데 외국인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하고 있다.

개인이 저가매수에 나서면서 매물을 받고 있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기관의 힘이 아쉬운 때다.

16일 오전 현재 기관은 장중 매도 우위로 전환하며 순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 전날까지 이틀연속 매수 우위를 보였지만, 그나마 하루 순매수 금액이 600억~700억원에 그쳤다.

기관의 총알이 부족해지면서 종목 슬림화 현상이 나타났고 지수는 상승했지만 투자자들의 체감경기는 급격히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관 매수 부족으로 인한 종목 슬림화는 중소형주의 상대적 약세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자금 순유입은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 주식형 누적 신규유입분은 지난 4일 10조8800억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 전환하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자금유입 규모가 줄거나 유출되는 모습인데 비해 중국을 비롯한 해외주식형 펀드로 유이되는 자금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기관의 자금 여력이 부족해지면서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대해서 과감한 저가매수에 들어가기 어려워져 기관의 시장지배력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기관의 매수여력이 풍부하다면 당연히 보유 종목을 늘려갈 수 있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상승여력이 있거나 저평가 영역에 진입한 종목들에 대해서 선취매에 나설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자금여력이 부족한 경우는 기존 보유 종목 중심으로 수익률게임을 통해 관리에 나설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다 최근 외국인들까지 매도 강도를 높이면서 지수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내 IT기업들의 실적 개선 불투명과 중국 증시의 과열에 따른 조정 우려 및 추가 긴축 가능성 등으로 외국인이 점차 매도 강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증시의 우상향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김민성 부국증권 책임연구원은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조정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라며 "이번 조정이 추세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지난 두달간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단기간 차익실현 매물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 증시가 이머징 증시에서 저평가 매력을 지니고 있어 기관의 힘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9월 중순이후 주식형 자금이 해외로 편중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신흥아시아와 한국증시의 PER갭이 확대되면서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주식형으로 자금유입은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