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무면허로 훔친 승용차를 몰던 10대 여성들에 의해 접촉사고가 나자 합의금을 미끼로 이들 중 한 명과 성관계를 가진 택시기사가 경찰에 입건됐다.

8일 청주 흥덕경찰서에 따르면 9월 29일 오전 3시께 친구지간인 A(19.여) 씨와 B(19.여) 씨는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주택가 길을 걷다 아반떼 승용차의 조수석 창문 틈으로 열쇠가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차를 타고 그대로 달아났다.

이들은 시내를 주행하다 같은 날 오전 5시께 흥덕구 사창동 충북대 중문 앞에 주차돼 있던 L(43.택시기사) 씨의 택시를 들이받았고 이 씨는 합의금으로 15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이 돈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자 이를 약점으로 잡은 L 씨는 '무면허로 사고를 냈으니 형사입건 될 수도 있다'고 겁을 준 뒤 '합의금을 받고 경찰에 고소해야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며 B 씨와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L 씨는 그러나 차량 도난 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이던 경찰에 검거된 B 씨가 조사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해 6일 결국 덜미를 잡혔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이날 L 씨를 강간 혐의로, A 씨와 B 씨 등 2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당초 L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었으나 수사 막바지에 이 씨가 피해자들과 합의를 해 불구속 조치했다"며 "타인의 승용차를 절취한 10대들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거액의 합의금을 핑계로 어린 소녀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이 안되는 범죄"라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