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두 번째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세계 주요 언론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외국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2일 군사적 긴장이 높은 남북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한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한국이 소위 '마셜 플랜'과 같은 대북 사업을 제안함으로서 남북 경제 협력이 증진될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한 남북한 군사 대치 상황과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의 정치 상황을 거론하며 회담 성과에 대한 신중론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의 역사적 발걸음… 긴장 완화 도움될 것"

CNN은 노 대통령이 청와대를 출발하기 20여분 전부터 남북 군사분계선을 도보로 건너는 장면,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영접하는 장면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1차 회담 못지 않은 관심을 표명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북한을 방문하는 순간은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국경 장벽이 외교적으로 길이 남을 사건의 무대로 변하는 순간"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50년간 이어온 남북간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회담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4년간 6자회담을 진행한 결과 북한이 핵 폐기에 동의하려는 매우 특별한 시기이자 원조와 무역,투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자칫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평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판을 크게 벌리는 두 명의 도박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한 정상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노 대통령이 비핵화와 인권문제에 가시적인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 채 경제 지원만을 약속할 경우 조건 없는 한국의 관대함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미국의 믿음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톰 케이시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이번 회담에서 베이징 6자회담 합의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내용의 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남북 정상 회담의 결과가 6자회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경계했다.

외신들은 특히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노 대통령을 영접하던 김 위원장의 표정이 다소 가라앉아 있었던 점에 관심을 표명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김 위원장은 천천히 걸었으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북지원·투자규모에 촉각

회담 전망에 대해 외신들은 주로 경제 협력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WP는 "한국은 교역과 투자를 통해 점진적인 통일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경제를 개방으로 이끄는 기반 작업이 될 것"이라는 영국의 대북 투자자 콜린 맥애스킬의 말을 인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노 대통령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등 대기업 총수들을 포함한 경제계 인사들과 북한을 방문한 점을 강조하며 "한국 측은 이번 방문에서 '마셜플랜'과 같은 대규모 대북한 투자를 제안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국은 북한에 약 200억달러규모의 지원과 투자를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이 6자회담과 일본인 납치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동북아시아의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무라 마사히코 외무성 장관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지역 전체의 평화및 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회담의 성과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국인 납치문제를 거론하면서 일본인 납치문제도 논의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정상회담 최대 의제는 경제협력 확대 여부라며 회담 결과는 남북 경제공동체 등 향후 아시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사히신문 산케이신문 등 다른 일본 언론들도 정상회담 후 발표되는 '남북 평화선언(가칭)'에 구체적인 경제협력 성과가 얼마나 담길지에 주목했다.

중국의 관심도 높았다.

중국 국영 CCTV는 생중계를 통해 매시간 남북 정상회담 관련 기사를 주요 뉴스로 전했고 신화통신은 '남북 정상 만남,김정일 위원장 노무현 대통령 영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 톱뉴스로 전하면서 관련 소식을 묶어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 주요 신문들도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통해 방북 기사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10월1일부터 연휴를 맞은 중국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정상회담을 맞아 1일 북한의 투자 여건을 조망했다. 타임은 북한이 교육 수준이 높고 비교적 값싼 노동력,풍부한 천연자원 등 매력적인 요소가 충분하지만 핵 위기,일관성 없는 정책,정치상황의 변화 가능성 등 위험 요소도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내 비판론도 적지 않아

한편 외신들은 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의 시기와 결과에 대한 전망을 둘러싸고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WP는 정상회담이 차기 한국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이뤄지는 점을 들어 한국과 미국 내 보수파들 사이에서 배후 의도를 의심하는 냉소적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자는 노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이는 김 위원장뿐 아니라 강경한 군부를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양국 정상 간 논의는 포괄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한국 또한 이 같은 한계를 잘 알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최인한/김유미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