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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경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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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을 지낸 중년의 아들이 결심했다.

    앞으론 부모님께 안부인사라도 자주 드려야지.며칠 있다 전화했다.

    "별일 없죠." "웬일이니? 엊그제 다녀갔는데." 1주일 뒤 다시 연락했다.

    "잘 계시죠." 아버지는 다그쳤다.

    "무슨 일 있구나." 세 번째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통곡했다.

    "너,암에 걸렸지.그렇지?"

    분가한 자식에 관한한 무소식이 희소식인 줄 알던 부모로선 아들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를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잘난 아들은 나라의 자식,돈 잘버는 아들은 장모 자식,못난 아들은 내 자식'이라거나 '며느리의 남편을 내 아들이라고 우기는 건 미친 짓'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나이든 부모 마음은 다 비슷하다.

    아들이건 딸이건 따로 살더라도 종종 들러 얼굴도 보여주고 말동무도 해줬으면.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건 없는지 살펴 챙겨줬으면 싶은 것도 물론이다.

    바빠서 오기 힘들면 전화라도 좀 해줬으면 하는 마음 또한 굴뚝같다.

    그러나 이 모두 희망사항일 뿐,실제론 그저 탈 없이 잘 살아주기만 바랄 뿐이다.

    보고 싶어도 참고,몸이 아프거나 돈이 아쉽고 답답한 일이 있어도 꾹꾹 눌러 삼킨다.

    괜스레 입 밖에 냈다가 자식 마음에 부담만 지울까 걱정스러운 까닭이다.

    그래도 부부가 함께 생활하거나 형편이 어지간하면 낫다.

    혼자 됐거나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 노년의 삶은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어떻게든 자식 신세 안지고 싶지만 일자리는 없고 몸도 예전같지 않다.

    현재 국내의 65세 이상 노인은 인구 10명 가운데 1명.독거노인도 500만명에 가깝다.

    내년이면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실시되고 노인 복지예산도 올해보다 4배 늘어나 2조원이 넘는다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미할 것이다.

    '경로의 달' 10월을 맞아 서울의 각 구청 등 전국 지자체에서 어르신을 위한 행사를 마련하고 청소년의 경로효친사상 제고대회도 연다고 한다.

    우리 모두 늙는다.

    노년에 필요한 건 건강과 약간의 돈,그리고 무엇보다 외로움을 달래줄 사람이다.

    눈을 맞추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경로(敬老)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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