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유전자 정보 산업입니다.

기후와 물,씨앗 등 재배 환경도 끊임없이 변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 정보 교류가 중요해지고 있어 어느 산업보다 많은 정보 처리가 필요합니다."

노키아TMC 회장에서 물러나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재욱씨(66)가 최근 '농업은 제3의 IT'란 책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농업은 3차 산업이며,유전자 상품을 거래하는 애그리비즈니스(Agriculture와 Business의 합성어)'라고 단정하고 "농업을 정보산업이란 시각으로 보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가 된다"고 말했다.

농업이 기존 IT산업과 다른 점은 생산처가 공장이 아닌 자연이란 점 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IT산업 1세대인 이씨는 2004년 초 은퇴하기 전 마산 자유무역지역 내 휴대폰 생산업체인 노키아TMC 회장으로 일했다.

이씨는 1986년 대표 취임 당시 50억원의 적자를 보던 회사를 18년 동안 연평균 3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연매출 3조원대 회사로 키웠다.

그의 '신바람경영'은 수많은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은퇴 후 농업에서 일을 내보겠다며 논밭으로 뛰어들었다.

경남 마산시 직북면 학동마을에 자리잡은 그는 4000여평의 논밭을 일구며 생산 비용이 기존의 10분의 1밖에 안드는 '태평농법'을 개발했다.

그는 또 쌀소비를 늘리기 위해 휴대폰의 미세 칩 회로기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쌀을 미세하게 빻는 기술을 개발,자장면 등에 쓰이는 각종 쌀 식품을 개발했다.

"생각을 바꾸면 FTA가 농민들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농업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땀흘려 일하는 농업에서 두뇌를 쓰는 농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해 농업이 빨리 IT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정확한 소비량을 예측할 수 있고,해외시장에 관한 정보나 FTA 등에 대한 전략도 한눈에 들여다 보며 대처할 수 있다는 것.

이씨는 그러나 시골에 농업의 IT화를 책임질 젊은이가 없는 점에 대해 "수출로 외화가 넘쳐나도 농촌의 안정 없이는 선진국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며 "젊은이들이 농촌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농민에 대해서는 공교육비와 의료비를 전액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한국 농촌이 농업 위기가 아니라 생각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지구를 160바퀴 돌면서 누릴 것 다 누리고,충분히 먹고 살 돈이 있는 그가 농업에 뛰어든 건 이 같은 생각을 바꿔보기 위해서라는 것.임파선 제거수술 후유증으로 건강이 예전같지 않은 그는 "연예인이나 미스코리아 같은 여성들이 농촌 총각들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날이 올 때까지 농업 혁신을 이뤄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