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엄청난 부를 이룬 자수성가형 갑부들.이들의 어릴 적 장래 희망은 파일럿이나 작가,시카코컵스 야구단에서 홈런을 날리는 야구선수 등 지금의 자신과는 전혀 달랐다. 1조달러를 넘게 모은 지금의 인생은 어떨까.



21일 미국 격주간지 포브스가 20명의 자수성가 부자들에게 그들의 인생과 돈,가치관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다.

성공을 위해 부단히 단련해온 이들도 작은 유혹에 넘어갈 때가 있을까.

샌디 웨일 씨티그룹 전 회장은 멕시코 고추인 할라피뇨가 들어간 피자와 초콜릿 소르베에 사족을 못 쓴다고 말했다.

30여개 회사를 창업한 아이디어 기업가 제임스 소렌슨(애버트연구소 대주주)은 패스트푸드의 열렬한 팬임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만큼 건강에도 신경을 써 86세의 나이에도 조깅과 윗몸일으키기를 한다는 자랑을 덧붙였다.

신발업체인 팀버랜드의 팀 블릭세스는 매일 90분간 마사지를 받을 때가 최고로 즐거운 순간이라고 응답했다.

'칵테일 한 잔이 있다면 누구와 마시겠느냐'는 질문에는 역시 조강지처를 떠올리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카지노 투자가인 필립 루핀은 존경하는 투자자인 커크 커코리언과 한 잔 하겠다고 했고,팀 블릭세스는 "빈 라덴의 잔에 독을 탄 후 미소 띤 얼굴로 한 잔 하겠다"는 재기발랄한 대답을 내놨다.

'그냥 나 혼자 마시겠다'는 당당한 대답도 여럿이었다.

'스케줄이 없는 저녁 시간이 마지막으로 언제였나'는 물음에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회장은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영화를 봤을 것"이라고 답했다.

모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만은 아니었다.

엑셀 커뮤니케이션의 창업자 케니 트러트는 전날 밤 아들과 농구를 했고 웨일 전 회장은 지난 일요일 뉴욕 양키스와 메츠의 야구 경기를 TV로 봤다고 전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결혼과 아내의 출산,또는 회사 인수와 같은 성공의 순간을 꼽는 이가 많았다.

카지노 재벌인 필립 루핀은 지난 8월10일이 제일 행복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계좌에 12억4000만달러를 입금한 날이라는 것.

아끼는 책으로는 '전쟁과 평화' '대부' 등 소년 시절에 읽은 소설들이 꼽혔다.

자신의 저서를 최고의 책으로 자랑스럽게 꼽는 이도 적지 않았다.

1987년에 자신이 내놓은 책 '아트오브딜'(거래의 예술)을 "당시 베스트셀러였고 지금도 매우 좋은 책"이라고 추천한 트럼프 회장도 그 중 하나.

'10만달러가 있으면 어디에 투자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겠다'는 답변이 많아 자기 기업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막대한 부를 이룬 이들에게 돈은 무슨 의미일까.

마이클 헤이슬리 멤피스농구단 구단주는 "부란 내 인생에서 가장 해로운 영향을 끼친 것 중 하나"라는 알쏭달쏭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돈보다는 모험과 비전이 진정한 목적이었다는 게 자수성가 갑부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제임스 소렌슨은 인생에서 얻은 가장 귀중한 교훈을 이같이 설명했다.

"남이 아닌 나의 아이디어를 위해 온 힘과 자원을 투자할 것.나만의 비전을 실현할 것."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