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는 숱한 '명품' 브랜드와 비교하면 역사가 짧은 편이다.

이탈리아의 베니스에서 가까운 비첸자 주(州)에서 핸드백,신발 등 가죽 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로 출발한 1966년 당시,이미 세계 시장은 에르메스 구찌 루이비통 등의 독무대가 돼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테가 베네타는 2001년 세계 최대 명품그룹 중 하나인 구찌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글로벌 명품그룹의 전폭적인 투자에 힘입어 전 세계 무대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구찌코리아 관계자는 "보테가 베네타는 디자인 등에서 상품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며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이를 살리지 못한다고 판단해 구찌그룹이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구찌그룹에 인수되자마자 토머스 마이어라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를 맞게 된다.

마이어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에서 9년간 가죽과 액세서리 부문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인물.

그가 처음으로 시도한 작업은 '인트레자토'로 불리는 가죽을 엮는 기법을 특화시켜 보테가 베네타만의 상품 정체성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인트레자토'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가죽을 마치 니트를 짜듯이 여러 개로 잘라서 서로 바느질 선 없이 엮는 수공예 기법으로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렇게 제작된 보테가 베네타의 신발은 신는 사람의 발 모양에 자연스럽게 맞춰져 고객에게 최대의 편안함을 전달한다.

구찌코리아 관계자는 "스웨이드나 가죽을 사용한 세밀한 안감 처리와 꼼꼼한 수공 마무리 등 세부적인 것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보테가 베네타의 장인 정신을 구찌그룹이 갖고 있는 명성과 결합해 되살려냈다"고 말했다.

유행을 좇아가는 방식보다는 전통을 고수하는 마이어의 디자인 철학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는 명품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비결에 대해 "나의 일은 단순합니다.

단지 아름다운 것을 만들 뿐입니다"라는 간단 명료한 답을 제시했다.

보테가 베네타는 2002년 이탈리아 안경 전문 제조사인 사필로(Safilo)와 공동 제작한 유니섹스 모드의 선글라스 컬렉션을 새롭게 선보이고,파리 뉴욕 일본 등에 플래그십 매장까지 속속 열면서 세계 무대를 향한 날개를 펴고 있다.

국내엔 올초 신세계 본점 명품관 개장과 함께 들어왔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