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엄청난 연구비를 투입하고도 지금까지 밝혀내지 못한 패혈증 유발 핵심 유전자들의 정체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모두 밝혀냈다.

이에 따라 한번 감염되면 치사율이 40%까지 이르는 패혈증을 정복할 수 있는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오 KAIST 화학과 교수(42) 연구팀은 패혈증을 유발하는 주요 단백질로 알려진 'TLR1-TLR2'복합체의 구조와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해 미국 과학저널 셀 21일자에 게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교수팀은 앞서 지난 7일 패혈증 유발의 또다른 주요 단백질인 'TLR4'의 구조를 밝혀내 같은 저널에 실었다. 한국인 과학자가 유명 과학저널에 이처럼 논문을 잇달아 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패혈증은 박테리아 세균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번식하면서 생산하는 독소 때문에 발생하는 염증 질환으로 신생아 패혈증이 대표적이다.

이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 유전자가 10여종 알려져 있으나 핵심 유전자는 TLR1과 TLR4로 학계는 이들 유전자의 구조를 밝혀내면 패혈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모두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자체 개발한 '융합 LRR기술'을 사용해 TLR1과 TLR2 복합체 구조를 밝혀냈다.

특히 이 구조는 유전자가 뭉쳐지면서 단백질의 활성화를 부추기는 메커니즘으로 면역체계 유전자의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LRR 기술은 X선을 활용해 타깃 단백질에 다른 단백질을 융합하는 시스템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따라 패혈증 이외에 다른 선천성 면역질환의 구조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패혈증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에 큰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