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올해 예상치보다 0.4%포인트 높은 5.0%로 올려 잡은 것은 미국 경기 등 대외 여건이 개선되기는 힘들다 하더라도 수출과 내수가 균형된 성장을 보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개선돼 내수 경기가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미국 경기 부진의 영향에도 수출은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구소는 "미국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2008년까지 지속되겠지만 내년 미국 경제는 1.9% 선의 성장률을 보이는 수준에서 연착륙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대미 수출 비중이 13%에 불과한 만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상반기보다 0.1%포인트 높은 4.6%를 기록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삼성경제硏 "내년 경제성장률 5%" … 물가 2.8% 가량 오를 것
◆수출·내수 균형 성장

연구소에 따르면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두 자릿수의 수출 증가가 경기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세계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등의 호재에 힘입어 2008년 수출은 올해보다 11.9%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액으로는 3000억달러를 넘어선 지 2년 만에 4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구소는 또 "내구재 수요가 소비 확대를 주도하고 지난 2년간 부진했던 건설투자가 되살아나면서 내수는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민간부문보다는 공공부문이 건설투자를 주도하면서 올해 1.9%로 예상되는 건설투자 증가율이 내년에는 3.9%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8.7%에서 7.9%로 다소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연평균)은 올해 예상치 931원50전보다 더 떨어져 925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회사채 수익률은 6.0%로 전망했다.

삼성경제硏 "내년 경제성장률 5%" … 물가 2.8% 가량 오를 것
◆"경기 관리에 중점을"

연구소는 향후 거시정책의 우선 순위를 유동성 관리보다는 경기 관리에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 경기의 부진과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경기 상승 모멘텀이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고유가,부동산 PF대출 부실 가능성 등의 위협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재정 확대 등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수석연구위원은 "대외 여건 불안으로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거시정책의 우선 순위를 유동성보다는 경기 관리에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