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괴담'이 떠돈다.

70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대출이 부실화돼 금융 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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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일부 저축은행이나 지방은행은 부동산 시장이 더 나빠지면 이런 괴담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위기 심리가 확산되자 금융감독 당국이 구체적인 PF 규모를 제시하며 진화에 나섰다.

금감위 관계자는 "한국 PF는 부실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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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당국이 지난 12일 저녁 긴급 브리핑을 통해 권역별 PF 규모를 소상히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PF 규모가 전체 금융자산의 2%에 불과한 만큼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블루오션''선진 금융기법'으로 불리며 각광받던 부동산 PF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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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원인은 부동산 시장 위축과 그로 인한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떨어진 데 있다.

시행사가 분양 대금으로 PF 대출을 갚아야 하는데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등으로 미분양이 잇따르면서 PF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PF 뇌관이 터지지 않게 하려면 부동산 거래가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가 주택투기지역을 일부 해제하는 등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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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금융사들의 '양떼 근성'탓이다.

즉 돈벌이가 된다 싶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후진적인 금융행태가 위기를 부르고 있다.

은행권은 건설사에 리스크 등의 명목으로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며 통상적인 대출금리보다 높은 8~12%대의 고금리를 받아챙겼다.

수익성이 높다는 소문이 퍼지자 저축은행까지 가세했다.

사업성은 애당초 따지지 않았다.

건설사의 담보만 있으면 대출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보증을 선 건설사로 피해가 파급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PF 문제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금융감독 당국도 "문제 없다"는 소리만 할 게 아니라 쏠림현상을 빚을 수 있는 금융사들의 행태(양떼 근성)를 선제적으로 감독하는 데 힘써야 한다.

장진모 경제부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