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에 대한 수사가 기획예산처에 이어 미술품을 구입한 다수의 정부부처로 번져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씨의 인맥을 둘러싼 논란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구본민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13일 "정부부처로부터 미술품 구입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아 변 전 실장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100만원짜리 그림을 1000만원에 구입했다거나 오직 신씨를 통해서만 구입했나 등 법리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해 변 전 실장이 정부부처들의 미술품 구입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일부 부처에서는 미술품 구입이 늘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변 전 실장이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5년 6월께 장관 집무실 그림을 바꾸는 과정에서 측근을 통해 신씨에게 그림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비슷한 시기에 미술품 구입 예산이 대폭 늘었다.

한나라당 김희정 의원이 청와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의 그림 구입 지출액은 2004년 1200만원에서 2005년 9700만원으로 8배가량 증가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기획예산처가 정부 예산을 배정하는 힘있는 기관임을 감안하면 기획예산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해 정부부처들이 미술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신정아씨를 통해 청와대에 그림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의혹설을 부인했다.

천 대변인은 "미술품 구입비 증액은 과거 대부분 임대를 통해 청와대 내에 전시해왔던 것을 구매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것이며 미술품 구입은 청와대 내에 전속 큐레이터를 통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미술 애호가이자 변 전 실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 이해찬 전 총리와 관련해 총리실과 국무조정실도 "그림 구입이 늘거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씨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나 봉하마을에 그림을 넣은 적이 없다.

청와대에 있는 그림 한번 체크해 봐라.내 취향 아니다"라고 밝혀 청와대에 걸린 그림들을 잘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또 아무도 예상치 못한 봉하마을(노무현 대통령 고향마을)을 거론함으로써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게다가 신씨는 지난해 청와대를 두 차례 방문해 청와대 비서실 직원들의 학습모임인 '상춘포럼'에서 강연을 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인연을 맺어왔다.

이와 관련,신씨의 '권력 실세' 연관설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신씨가 전직 대통령 A씨의 며느리인 B씨와 친인척 관계이고 친분이 두텁다는 것.B씨는 또다른 전 대통령인 C씨가 집권했을 당시 공직에 있었던 인물의 딸로 신씨와 마찬가지로 경북 청송 출신이고 그가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시절부터 교류가 활발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권의 핵심 정치인과도 '인연'을 맺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성곡미술관을 후원한 기업들도 불똥이 튀고 있다.

신씨가 재직한 2002년부터 5년간 성곡미술관은 대우건설과 산업은행 등 10여개 업체로부터 1000만∼1억원대의 후원금을 여러 차례 지원받았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이 기업들의 후원에 개입한 정황을 잡고 변 전 실장에게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태웅/문혜정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