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2일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칭병'(稱病)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는 한국 재벌의 행태와 이들에게 온정적인 한국 사법제도를 비판했다.

FT는 이날 `한국 재벌총수들은 곤란할 때마다 휠체어를 탄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결정적인 순간마다 몸이 아픈 것을 핑계로 위기를 모면한 재벌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FT는 일단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이 한창일 당시 미국으로 출국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5개월만에 귀국하면서 휠체어를 탔고, 귀국 후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에 대해 검찰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지난해 비자금 조성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등장했고, 결국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는 것.
이어 쇠파이프까지 동원한 조폭 스타일의 폭력을 사용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휠체어에 환자복 차림으로 법정에 등장했고, 역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FT는 "한국 법원은 재벌들이 안보이는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경영을 계속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 것 같다"며 "그러나 재벌들이 제대로 행동하고,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사법체계를 갖추는 게 국가 이익에 더 부합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