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泳根 <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공학 >


지난 5일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가 탄생해 항공우주과학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튿날엔 유럽 에어버스사의 초대형 여객기인 A380의 국내 시승 행사가 있었다.

이 기종은 좌석배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대 800명 이상의 승객을 한꺼번에 수송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여객기다.

2005년에 출시할 예정이었던 A380은 오는 10월 싱가포르항공에서 첫 상업운항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에는 미국 보잉사가 12년간 개발해 온 차세대 여객기 B787 드림라이너를 공개했다.

연료 효율이 높은 날렵한 형상의 중대형(210여개 이상의 좌석) 항공기다.

에어버스 A380에 대응해 경쟁적으로 내놓은 작품이다.

편리성과 최고의 안락한 여행을 추구하는 초대형 여객기와 효율성과 기동력이 높은 중대형 항공기의 대결이다.

두 회사는 어느 기종이 상용 여객기 시장에서 보다 경쟁력이 있는지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세계의 상용 항공기산업을 대표하는 양대 회사의 경쟁은 자못 흥미롭기까지 하다.

1990년대 중반 보잉과 에어버스는 여객기의 미래를 놓고 전혀 다른 결정을 내렸다.

보잉은 '경제성이 높은 중대형 여객기',에어버스는 '안락한 초대형 점보기'에 각각 올인했다.

2005년 4월 에어버스가 A380 모델을 먼저 선보였다.

초대형 점보기 A380은 '하늘의 특급 호텔'로 불린다.

2층으로 이뤄진 기내에 다양한 시설을 설치해 항공여행의 품격(品格)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었다.

한편 보잉은 연료가 적게 소비되는 여객기 개발에 주력했다.

항공기가 초대형화 되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항도 이들 초대형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변경해야만 한다.

항공기를 세워둘 수 있는 충분한 터미널 공간이 필요하다.

비행기가 커지면 후미에 생기는 와류의 영향 때문에 비행기의 이착륙 시간 간격을 그만큼 조절해야 한다.

날개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에 항공기가 서로 지나갈 때 안전거리도 더 확보해야 한다.

활주로 폭이 넓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꺼번에 많은 승객이 동시에 타고 내리려면 4개 정도의 출입구를 갖는 탑승 브리지도 필요하다.

현재는 A380기와 같은 초대형 점보기의 운항을 가능하게 하는 공항 터미널도 흔하지 않다.

초대형 여객기의 운항은 탑승객의 수를 늘려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으나 그만큼 손실도 크다.

사용자인 항공사의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도 필요하고 연료 효율성이 높고 기동력이 좋은 중형 항공기도 필요하다.

노선 및 승객의 수에 따라 여객기의 수요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장 상황은 초대형 점보기와 중형 여객기의 수요가 적당히 양분돼 있다.

한때 빠른 여행을 위해 초음속 여객기의 필요성이 제기돼 콩코드기가 개발돼 운항된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싼 항공료와 소음 문제 등 기술적 한계로 운항이 중단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향후에는 여객기 시장이 기동력이 우수하고 연료 효율도 높은 중소형 비행기로 대체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우리나라도 90년대 중후반에 좌석 100인승의 중소형 여객기의 국내 개발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우리와 같이 영토가 작은 나라에서는 중소형 여객기의 운항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예상이었다.

특히 남북통일이 되면 산악지대가 많은 북한의 여행에 항공기가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사업의 타당성(妥當性)과 협력 개발국 선정 등의 문제로 중단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KT-1이라는 기본 훈련기를 개발해 해외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발전에 따라 항공기를 국내 개발할 정도의 기본적 기술 인프라는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인 항공기용 엔진은 빠져 있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에서 항공산업의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이제 우리의 항공산업 발전 및 육성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검토할 시점이다.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