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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연구외길 '은행나무 박사' 이창우 원장

"만약 그리스에 은행나무가 많았다면 국토 절반을 태운 화마(火魔)의 기세를 한풀 꺾을 수 있었을 거예요.

은행나무는 우리가 아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 보물입니다." 한국은행나무연구원(www.ginkgotree.net)의 이창우 원장은 83세란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은행나무에 관한 열정이 넘친다.

자신을 은행나무에 미친 백수광부(白首狂夫)라고 소개할 정도로 이 원장은 은행나무에 한 평생을 바쳤다.

40년 동안 은행나무의 효용성을 연구한 그는 은행나무 활성화가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또 은행나무를 이용해 만든 식량,의약품 등은 한국경제를 이끌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하루빨리 은행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정하고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창우 원장의 주장은 정말 백수광부의 실없는 외침에 불과할까.

은행나무의 효용성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말과 눈빛이 설득력을 더한다.

그는 은행나무가 열매,잎 새,줄기,뿌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약'이라고 강조한다.

과장하면 인류를 구원하는 '마지막 식량자원'이란 주장이다.

이 원장의 설명처럼 독일,일본 등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은행나무의 효율성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독일의 슈바베사는 은행잎으로 만든 혈액순환 개선제 테보닌(Tebonin)으로 작년 한 해 4억2300만마르크의 매출을 기록했고,매년 30%의 매출 신장을 거듭하고 있다.

프랑스 입센사도 은행잎으로 타나 칸(Tana can)을 생산해 연간 약 8억프랑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도 매년 200만t의 마른 은행잎을 상품화하고 있다.

은행나무 잎은 화장품과 샴푸,비누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은행잎으로 만든 차(茶)도 기능성 간장 음료와 건강 보조식품으로 쓰이고 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는 몇몇 제약회사가 독일과 프랑스에서 인기 높은 은행잎 제제를 카피해왔을 뿐"이라며 우리의 은행연구 실상을 설명했다.

그는 은행나무 관련 산업이 낙후된 이유를 정책에서 찾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은행나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임업행정이나 농업행정이 식재와 개발을 억제해 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대신 뿌리가 약해 태풍이나 장마 등에 견디지 못하고 불에도 잘 타는 속성수를 심어왔다는 것.이 원장은 "은행나무는 경제성이 높은 나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토양이나 수질 등이 은행나무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음에도 아직 개발이 더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