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에서 술 마시는 문화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거품(버블)경제 붕괴 이후 10여년간 불황기를 거친 뒤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일본 기업들의 술 회식 문화 등도 부활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타임은 불황기에 일본 기업들은 미국식 경영방식을 도입해 내핍경영으로 허리띠를 졸라맸지만,그 결과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진 것을 반성하고 과거 호황기 때의 기업문화를 되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일본 기업들 사이에선 직원들의 술 회식 비용을 지원하거나 회사 야유회를 열고, 독신 근로자들에게 사원 아파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의 알프스 전기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3000여명의 직원들이 참여하는 회사 체육대회를 최근 열었다.

이 회사 인사 담당자인 신지 마쓰야마씨는 "사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아 직원들이 다같이 모여 공통된 목표 아래 단합할 수 있는 운동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미쓰이물산은 독신 근로자를 위한 기숙사를 지난해 다시 열었고, 캐논이나 후지쓰 등은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충성도를 재건하기 위해 보수 결정에서 성과보다는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전통을 복원했다.

도쿄의 PR회사인 빌컴의 경우 신입사원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3분짜리 슬라이드를 만들어 다른 동료에게 발표함으로써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기업들은 원래 협력과 공동체 의식을 중시하는 문화가 특징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경기불황기에 실적과 경쟁을 중시하는 미국식 경영방식이 도입되면서 사원들끼리 술을 마시거나 회사 행사 등에 참여하는 문화는 사라지고,개인주의 문화가 널리 퍼졌다.

그러나 타임은 일본 기업들이 공동체 의식 강화를 위해 술회식 등을 되살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근로자의 3분의 1이 파트타임 형태로 일하는 비정규직이고, 젊은이들은 한 직장에 오래 다니기보다는 여기저기 옮기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