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사태 "한국 실물경기에는 영향 없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7일 최근 국제금융시장 불안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가 당초 예측대로 올해 4%대 후반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실물경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면서 "하방리스크가 커지기는 했지만 (우리 경제가) 순항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불안 문제는 미국의 주택시장, 미국의 소비수요, 다른 나라부터의 수입 수요 등을 통해 실물경제로 파급된다"면서 "이같은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칠 지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 수출 증가 등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며 국내 기업들의 중장기 외자조달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유동성 상황에 대해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최근 각종 여수신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에서 가격 상승 기대감이 누그러져 앞으로는 유동성 증가율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 중소형 건설사들의 잇단 부도사태와 대해 이 총재는 "부동산 프로젝트(PF)를 중심으로 한 주택금융 문제와 관련해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입은 것은 없지만 2금융권, 3금융권의 부실화 문제는 경계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외환보유액을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방안과 관련해선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률 공개와 관련, "정보 공개 수준을 높여가는 게 맞다고 보고, 담당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면서 "그러나 수익률을 해마다 공개할 경우 외화자산 운용 담당자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도록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다, 한은의 자산운영 전력과 구성 등이 노출돼 자산운용에 유리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화자금 시장의 유동성 부족 문제에 대해 이 총재는 "조선중공업체의 선물환 매각과 해외증권투자에서 환 변동위험을 해지하기 위한 선물환 매각 등이 주요 이유"라며 "시장에서 일어난 수급상의 일은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최대한 해결해야 한다는 게 한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혀 외화유동성 공급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최근 조선업체 등을 중심으로 외화대출 용도제한에 예외를 둬달라는 요구에 대해 사실상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