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7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조약(peace treaty) 체결 의지를 강조한 것은 자신의 임기 중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최근의 발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제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나의 목적은 전쟁을 끝내는 것" "동북아 평화체계에 대해 낙관적으로 본다"는 식으로 시종일관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언급을 계속했다. 다음 달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그(김정일 위원장)가 우리와 함께 한 약속들을 지속적으로 이행해달라고 말해주기를 바란다"고 노 대통령에게 당부하는 등 기대감을 표시했다.


◆공은 북한으로

부시 대통령은 이날 평화조약 체결의 조건으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전면 신고와 검증가능한 방법으로의 해체를 제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우리가 평화체제 제안을 하느냐,안하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결정은 그 쪽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적극적인 '화답'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기자 회견 동안 수 차례 부시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명확하게 말씀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다소 무리한 부탁을 한 것도 미국의 의지를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언급토록 함으로써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맞춰 북한의 태도도 일단은긍정적이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핵 기술자들이 핵 불능화 방법을 협의하기 위해 북한 영변을 방문한다는 이날의 별도 발표를 보면 북한이 영변 시설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미국 등 3개국의 공동 기술진은 북한이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해 온 5㎿원자로.재처리공장.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3개 시설을 집중 시찰한 후 불능화 방법을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릴 6자회담에서 보고키로 해 '현장검사' 결과가 주목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북한이 핵 불능화에 대한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미국으로부터 정치적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의 해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급물살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 관계와 6자회담이 진전되면 이것이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 안보협력에 대한 논의로 발전되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고 후 주석도 노 대통령의 제의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6자 회담과 남북 관계가 발전되면 적절한 시기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자는 데 양 정상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백 실장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논의되는 적절한 시기'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그 다음에 9월 중순 6자회담 본회담에 이어 6자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등 일련의 긍정적 진전이 이뤄지는 적절한 시점이라는 뜻"이라며 "날짜로 얘기할 수 없지만 자연스럽게 결정되고 정해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이 북측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내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이끌어 내는 상호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드니=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