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신용 경색 위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냉키 의장이 시장의 기대를 버리고 아직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음으로써 그린스펀 시대와는 달리 시장의 무책임한 투자에 대해 FRB가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FRB의 기본 역할인 금융시장 안정 유지와 인플레이션 통제에 대해 두 사람 사이에 인식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시장의 신뢰와 경제성장을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인식한 반면 버냉키 의장은 이를 엄격하게 구분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87년 증시 폭락과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파산 위기 당시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켰다.

반면 버냉키 의장은 자신이 맞은 첫 번째 금융위기인 이번 신용 경색 현상에서 재할인율 인하 조치만 내놓았을 뿐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태도에는 FRB에 대한 시장의 의존 심리를 깨뜨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이어 그린스펀 전 의장의 금리 인하 조치가 성공적이긴 했지만 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면서 버냉키 의장은 FRB에 대한 시장의 잘못된 의존 심리가 퍼진다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과는 달리 시장이 안정될 경우 금리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