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장과 서울대 총장을 역임하고 한동안 대통령 후보에 거론됐던 정운찬 교수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은 어떨까.

이번에 출간된 평론집 '한국경제 아직 늦지 않았다'(정운찬 지음,나무와숲)는 그가 오늘의 한국 경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또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알게 해준다.

저자는 한국 경제의 과제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투자 부진에서 비롯된 경제적 역동성의 부족이고,둘째는 동태적 환경 변화에 따른 양극화의 심화이며,셋째는 한·미 FTA를 비롯한 개방 파고 대응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새로운 조정 메커니즘이 필요한데 우리 경제는 이 메커니즘을 구축하는데 실패하고 있으며,오히려 잘못된 정책이 불확실성을 확대시켜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따라서 그는 조정 메커니즘의 형성을 위해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기준과 규칙,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해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경제를 구축하며,혁신과 개방에 따른 양극화를 해소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 낼 사회적 인프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며,그것 자체가 중요한 사회적 자본임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저자만의 독창적인 견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왜 우리 사회가 사회적 자본 형성에 실패하고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창의적 시각은 그의 평론들에 의해 표출되고 있다.

첫째로 우리 경제는 얼치기 정치에 의해 표류해 왔다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잘못 설정된 슬로건이 오히려 위기를 부르고,그 위기 극복 자체가 정치적 목적에 활용됨으로써 우리 국민은 '어리석게도 속고 또 속아' 이젠 정부의 신뢰 회복이 그토록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저자는 한탄하고 있다.

둘째 이유는 우리 경제정책들이 도그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예컨대 어설픈 시장만능주의나 통화론자들의 긴축정책에 대한 편집증 등이 정책의 유연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대안은 실용주의적 자세이며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구조조정 정책이다.

셋째로 저자는 재벌과 금융과 대외관계에서의 개혁을 이루어내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새로운 조정 메커니즘을 창출해내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보다 나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거품을 없애고,부실을 걷어내고,교육을 내실화할 때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출간한 논평집 세권의 제목이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 변화를 잘 반영해 준다.

외환위기 때 '한국경제 죽어야 산다'고 외쳤으며,구조조정이 미적댈 때는 '한국 경제 아직도 멀었다'고 주장했고,이제는 '한국 경제 아직 늦지 않았다'라며 희망을 주고 있다.

한국 경제의 희망을 바라는 모든 식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527쪽,2만원.

이영선 한국경제학회장·연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