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가 8월 휴가철을 끝내고 본격적인 하반기 경영활동에 들어갔다.

올해 상반기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주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심은 하반기 '턴어라운드' 여부.2분기에 영업이익 4636억원을 기록하는 '깜짝실적'을 올린 LG전자의 경우 3분기에도 실적회복세를 이어갈 지가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내내 부진했던 반도체총괄이 어느 정도의 실적회복을 이루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3분기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8세대 LCD라인에 이어 9세대 또는 10세대 투자를 할 것인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최고경영자(CEO)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 전자산업대전 공동 개최 협약식'에서 하반기 주요 현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PDP사업 흑자전환 기대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만성적자에 시달려온 PDP사업에 대해 "계획대로 실적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며 "월단위 손익분기점(BEP) 돌파가 가능하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는 2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정호영 CFO가 언급했던 '3분기 중 손익분기점 돌파(흑자전환)'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당분간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2분기까지 50% 수준에 불과하던 LG전자 구미 PDP공장의 가동률이 최근들어 94%까지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PDP 업체들이 재고를 대부분 소진한데다,경쟁제품인 LCD 진영이 아직 50인치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분기 138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DD사업본부 전체 실적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LG전자 IR팀 관계자는 그러나 "남 부회장이 언급한 BEP 돌파는 감가상각을 제외한 영업이익(EBIDTA)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감가상각을 포함하면 4분기에나 BEP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남 부회장은 2분기 11.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던 휴대폰 사업에 대해선 "3분기에는 이익률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출은 2분기에 비해 늘어나겠지만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으로 이익은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남 부회장은 "인도,러시아,베트남 등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저가모델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이익률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 황의 법칙 올해도 이어갈것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황의 법칙'을 올해도 이어갈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황 사장은 "올해도 '황의 법칙'을 통해 획기적인 기술력을 선보이겠다"며 "아직 발표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황의 법칙'은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하며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제품 등이 이를 주도한다는 황 사장의 이론이다.

이날 황 사장의 발언은 올 상반기 실적부진과 기흥공장 정전사고와 맞물려 '올해는 황의 법칙이 발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다.

황 사장은 하반기 실적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3분기 깜짝 놀랄만한 실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3분기 실적은)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하반기에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도체는 이미 선순환 구조에 들어갔고,하반기에 일시적인 가격조정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 경기는 내년에 확실한 성장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서의 수요는 분명 강한데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공정전환을 통해 적기 공급에 나설 수 있느냐가 (성장곡선 유지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기흥공장 정전사고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한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측면도 있고 위기 대응능력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며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반도체총괄의 펀더멘털이 좋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9·10세대 투자는 차후에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이 내년 이후 9,10세대 투자를 하지 않는 대신 8세대 2단계 투자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사장은 '8세대 이후 신규투자 계획'을 묻는 질문에 "9,10세대 투자는 8-2라인 투자가 끝난 뒤에야 생각해볼 문제"라며 "8-2라인 투자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구체적인 8-2라인 투자계획은 소니 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8세대에 이어 9세대나 10세대로 직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날 이 사장의 발언으로 삼성전자는 내년 이후 8-2라인 투자를 먼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삼성전자는 28일 충남 탕정사업장에서 소니의 경영진들을 초청한 가운데 8-1라인 양산기념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추바치 료지 사장 등 소니 최고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28일 양사 경영진의 만남에서 8-2라인 투자의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LCD 신규투자에 대한 입장은 8-1라인의 가동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8-2라인에 투자할 지,아니면 9,10세대에 투자할 지는 좀 더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태명/유창재 기자 chihiro@hankyung.com